C씨 일행에 둘러싸인 B양. 행인이 신고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B양이 끌려가는 모습. 이하 A씨 제공

충남 서산에서 성인 여성 3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중학생의 가족이 “인터넷상의 억측 때문에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건의 단편적인 부분만 전해지면서 발생한 오해 탓에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언니 A씨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동생이 심적으로 힘들어한다”며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밤중에 혼자 일어나 가만히 앉아 있곤 한다. 활발하던 아이였는데 말수도 적어졌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동생 B양(14)은 지난 2일 서산의 모 시장 앞에서 40대 여성 C씨에게 뺨을 수차례 맞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 C씨는 B양보다 한 살 어린 D양의 어머니로, B양과 D양은 댄스 학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댄스 경연 대회에 나가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사건은 미성년자인 B양과 D양이 술을 마신 게 화근이 돼 발생했다. 최근 개인적인 일로 힘들었던 B양은 D양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A씨는 “D양이 먼저 동생을 위로하며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술을 사 올 방법, 마실 장소 등을 둘이 함께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일부 매체에 술을 마시게 된 경위가 빠진 채 보도됐다”며 “상황을 모르는 네티즌은 제 동생이 D양에게 음주를 강요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동생은 이날 D양과 처음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대화 내용이 담긴 SNS메시지도 있다고 했다. 다만 A씨는 “미성년자인 동생이 술을 마신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다.



B양과 D양은 사건 당일 코인노래방에 갔다가 식사를 한 뒤 오후 7시쯤 한 원룸 건물 옥상에서 술을 마셨다. 약 2시간 뒤 D양이 먼저 술에 취했다. 구토를 할 정도였다. B양은 마침 전화가 온 D양 친구에게 부탁해 오후 10시쯤 D양을 귀가시켰다. D양 어머니 C씨가 B양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이로부터 30분 뒤였다.

A씨는 “C씨가 동생에게 다짜고짜 ‘너희가 몇 살인데 술을 마셔 XXX아’라고 욕을 했다더라. 동생이 다음 날 사과드리러 가겠다고 해도 당장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놀란 B양은 전화를 끊은 후 다시 온 C씨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잠시 뒤 댄스 학원 강사가 B양에게 전화해 “D양 어머니가 크게 화난 것 같으니 사과드리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B양은 결국 오후 10시40분쯤 C씨와 만났다.

C씨는 시장 앞에서 B양을 보자 곧장 뺨을 때렸다. A씨는 “C씨가 제 동생 머리채를 잡고 흔들 때쯤 C씨 친구 2명이 더 나타났다”며 “셋이서 동생을 골목길로 끌고 가 약 20분간 수차례 얼굴 등을 때렸다. 일행이 양팔을 잡고 C씨가 때리는 식이였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행인의 도움으로 폭행이 중단됐고, 오후 11시10분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최근 SNS에 현장 영상이나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 목격자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너무 어린 학생이 둘러싸여 맞고 있어서 따라갔고, B양이 C씨 일행을 때리거나 욕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B양은 울면서 ‘놓으라고요’라고 소리쳤다. 잠깐 풀려난 틈에 시민들 뒤로 숨으며 ‘살려 달라’고 했다”고 적혀있었다.

목격자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

C씨는 B양도 자신을 때렸으며 친구 2명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도 처음엔 쌍방 폭행으로 양측을 입건했다가 목격자들이 제공한 영상을 본 뒤 C씨 일행에 대한 소환 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목격자 진술, CCTV 등을 토대로 피해 당사자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A씨는 “미성년자인 B양과 D양이 술을 마신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 하지만 D양보다 한 살 더 많은 제 동생이 음주를 말리지 못해 때렸다는 C씨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성인 3명이 미성년자를 때리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가 언급한 C씨의 발언은 두 사람의 통화 녹취 파일에도 담겨있다. C씨는 “한 살이라도 더 X먹었음 먹질 말아야지” “걔가 전화를 안 받아서 때렸어” “무릎 꿇고 싹싹 빌었으면 한 대만 때렸어”라고 말했다.

C씨가 자신에게 폭언을 퍼부었다고도 했다. 사건 당일 동생을 병원으로 데려가며 C씨와 통화를 했는데 사과는커녕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것이다. 녹취 파일에도 “내 딸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 너희 엄마와 너도 똑같이 만들어 줄게” “내가 엄마의 마음으로 애 때리는 게 문제야?”라는 C씨의 음성이 담겨있다. C씨는 A씨 부모가 이혼한 것을 언급하며 “너희 엄마 없잖아 XXX아”라고 욕하기도 했다.

A씨는 “동생은 뺨을 맞거나 머리채가 잡힌 정도라서 전치 2주의 부상만 입었지만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학교 못 다니게 해주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 때문에 불안감도 상당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절대로 술을 강요하지 않았다. 더는 댓글로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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