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홍준연 구의원이 성평등 걸림돌 상을 수상했다. 뉴시스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던 대구시 중구 의회 홍준연(56) 의원이 여성단체로부터 ‘성 평등 걸림돌상’을 받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1일 오후 1시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 지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치”라며 “성매매 여성을 비하하고, 성매매 여성을 향한 혐오를 조장한 홍준연 의원을 중구 의회는 당장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시작된 건 홍 의원이 지난해 12월 20일 류규하 중구청장과 벌인 토론 때문이었다. 홍 구의원은 “(성매매 여성은) 카드값 못 막아서 선금 받고 (성매매 업소에) 자발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뛰어든 사람들을 피해자로 분류해서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류 구청장은 “행정기관이 성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피해복구 및 자립자활 지원을 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라며 “홍 의원은 자신의 경험만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상황을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에도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홍 구의원이 “자발적 성매매와 위계 관계에 의한 성매매를 구분하는 데이터가 없다”며 류 구청장에게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자 류 구청장은 “행정기관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는 없으므로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홍준연 구의원. 뉴시스


성을 판매한 사람들을 자활 지원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 홍 의원 발언의 첫 번째 쟁점이다. 대구는 자갈마당(도원동 집창촌)을 폐쇄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매매로 수입을 얻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대구시 측은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해 2017년 7월부터 자활 지원 대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18일까지 47명이 자활 지원을 신청했다.

성매매 자활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에겐 최대 10개월간 100만원씩 생계비 1000만 원, 주거비 700만원이 지급된다.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직업훈련비 300만원까지 지급된다. 지원금은 모두 합쳐 최대 2000만원이다.

홍 의원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를 들어 자활 지원 대상에 성매매 여성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이 합당한지를 따지려면 법률이 성매매 피해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법률 제2조 제1항 제4호는 ‘성매매 피해자’를 상황별로 규정해 놓았다.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업무관계, 고용관계,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사람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성매매하도록 알선·유인된 사람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이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한다.

또한 ▲선불금 제공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라도 그 의사에 반하여 이탈을 제지한 경우 ▲다른 사람을 고용·감독하는 사람, 출입국·직업을 알선하는 사람 또는 그를 보조하는 사람이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여권이나 여권을 갈음하는 증명서를 채무이행 확보 등의 명목으로 받은 경우에도 지배·관리하에 놓인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된다.

2017년 7월 12일 오전 대구 중구 도원동 대구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에서 업주 등 종사자 80여 명이 '성매매업소 폐쇄 반대'를 촉구하는 집단 농성 후 자갈마당에서 자이아파트 주위를 돌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위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성매매는 불법이다. 만약 홍 의원의 주장대로 여성이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면, 위력이나 강요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한 여성들은 성매매 피해자가 아니고 자활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2월 1일 개최된 본회의 회의록 일부

선불금 제공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후에 이탈을 제지당했다면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더라도 구조적인 쇠사슬에 묶여 이탈하지 못했다면 성매매 피해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집창촌에는 자발적으로 들어갔더라도 이후 자신의 의지로 성매매를 중단할 선택권이 없었다면 피해자가 된다. 따라서 대상 여성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확인하지 않는 한 홍 의원의 발언은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 다만 자발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또 다른 쟁점으로 남는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성매매집결지란 오명을 받았던 대구 중구 도원동 도심부적격 시설인 속칭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종사자들이 2017년 11월 21일 오후 대구시청앞에서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류 구청장은 본회의에서 “대구시는 생활사례 조사를 매월 2회 실시해 거주지를 파악하고, 직업훈련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탈성매매 여부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행정기관이 돈을 무작정 지급하지 않는다”며 “자활 지원 대상자는 탈성매매 후 정기적인 상담과 직업훈련에 참여하고 있고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범법자이며 이들을 위해 시민이 낸 세금은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며 “성매매로 피해를 본 여성을 위하는 정책이라면 100% 지지하겠지만 명품 가방을 메고 좋은 옷을 걸치고 다니는 자발적 성매매 여성들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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