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캠페인] 무슬림 아버지 둔 12세 아이 “성경 공부가 제일 좋아요”

아프리카 우간다 마유게 아동개발센터를 가다

곽재욱 동막교회 목사(가운데)와 최남오 기대봉사단(왼쪽), 박재범 기아대책 서울네트워크부문 총괄 부문장이 마유게 기리기리 CDP센터 내에서 결연 대상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마유게(우간다)=기아대책 제공.

나일강의 원류 중 한 곳이자 세계 제2의 담수호인 빅토리아 호수를 품고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

곽재욱 서울 동막교회 목사는 지난달 14일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4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유게 지역을 찾았다. 이곳엔 국제구호개발기구 기아대책의 ‘기대봉사단’ 최남오(56) 조은자(51) 선교사 부부가 2016년부터 지역 아이들을 위한 떡과 복음 사역을 펼치고 있는 CDP(아동개발사업) 센터가 있다.

최 선교사 부부가 기아대책과 함께 펼치는 CDP는 교육, 성경적 영성, 보건, 정서개발, 지역개발을 축으로 미개발 지역의 자립을 돕는 사업이다. 최 선교사는 이곳으로 오기 전 이미 한 차례 지역사회의 자립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2008년 처음으로 사업을 진행했던 소로티 지역은 7년 만인 2015년 자립에 성공했다. 14개의 교회가 세워졌고 가축을 키우는 마을 자립 사업도 정착됐다. 무엇보다 CDP를 통해 후원을 받고 자란 아이 중 3명은 수의사가 돼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마유게 지역은 소로티 지역보다 여건이 훨씬 더 어렵다. 종교적으로 보면 무슬림 비율이 60% 이상이다. 마을 이장과 관리직 공무원 대부분이 무슬림이어서 복음 전파가 쉽지 않다.

CDP 센터가 위치한 기리기리 마을의 경우 약 5000명의 주민이 살지만, 극빈층이 대부분이다. 커피와 사탕수수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하루 3끼를 챙겨 먹기도 쉽지 않은 가정들이 많다. 가난 때문에 아이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다.

센터에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 460여 명의 아이들을 직접 돌본다. 이 중 기아대책을 통해 아동결연 형식으로 후원받는 아이들은 300명 정도다. 약 300명의 후원금으로 46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점심을 해결하고 교육을 받는 것이다.

최 선교사의 목표는 기리기리 마을의 전체 500가정마다 한 아이씩 후원하는 것이다. 그는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먹이고 교육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부모들에게 청소 및 배식, 센터 관리 등을 맡기며 참여를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복음이 스며든다. CDP 결연 아동 중 250여 명도 센터에서 격주마다 진행되는 ‘토요모임 프로그램’을 통해 성경 공부, 게임 등을 하며 영성과 정서개발을 받고 있다.

곽 목사는 지난달 16일 프로그램을 참관한 뒤 그중 몇 아이의 가정을 최 선교사 부부와 함께 찾았다. 첫 번째로 방문한 가정의 샤미루(7)는 1년 전 아버지를 여윈 뒤 3살짜리 쌍둥이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30)와 함께 살고 있었다. 여동생 중 한 명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어 쌍둥이 언니보다 눈에 띄게 왜소해 보였다. 심장에도 이상이 있지만, 가난 탓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곽재욱 동막교회 목사(왼쪽 다섯번째)와 최남오(첫번째) 조은자(여섯번째) 기대봉사단이 샤미루(일곱번째)군의 가족에게 매트리스를 선물하고 있다. 마유게(우간다)=임보혁 기자

영어를 좋아하는 샤미루는 “하루빨리 비행기 조종사가 돼 동생도 치료하고 어머니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사를 꿈꾸게 된 건 엔테베 공항 근처에 사는 친척 집에 갔다가 비행기를 본 뒤부터다. 최 선교사는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경험과 견문을 넓힐 기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가정은 CDP를 통해 후원 결연을 한 지 2년 정도 된 와이스와(12)의 집이었다. 센터 책임자인 조은자 기대봉사단이 틈틈이 점검하며 표본으로 삼고 있는 가정이었다. 성경 공부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와이스와에게는 아픔이 있다. 친부는 가정폭력을 휘둘렀고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이혼한 뒤 다른 남자와 재혼했다. 와이스와의 새 아버지는 무슬림이었다. 재혼하면서 데려온 자신의 아이는 기독교 색채가 있는 센터에 보내는 걸 막았지만 와이스와는 내버려 뒀다. 곽 목사는 “새 아버지가 그런 문제로 아이들을 차별할 정도면 다른 건 어떻겠냐”며 안타까워했다.
곽재욱 동막교회 목사(왼쪽 첫번째)가 와이스와군(두번째)과 가족에게 매트리스를 선물하고 있다. 마유게(우간다)=임보혁 기자

와이스와는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속한다. 그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어머니가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주일이었던 이튿날 아침 와이스와는 어머니와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 그는 간증 시간에 “우리 가족에겐 희망이 없었지만, 센터의 도움으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선포했다.

어린 손녀가 있는 곽 목사는 이들 아이의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곽 목사는 “이곳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에 있는 어린 손녀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하나님께 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속으로 막 외치면서 물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CDP 사역이 아이들에게 단순히 떡을 주는,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일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도움의 손길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것”이라며 “사랑을 받고 자라면 그들 중에서 다음세대의 지도자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 목사는 “떡과 복음을 갖고 그들을 기독교적 삶으로 이끈다는 의미에서 기아대책의 사역에 많은 공감을 한다”며 “더불어 교회를 짓고 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일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간다의 미래와 영적 회복이 싹 트는 곳…발리타 공립초등학교
곽재욱 동막교회 목사(중간 녹색옷)가 발리타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마유게(우간다)=임보혁 기자

우간다의 교육 현실은 한국과 닮았다. 과거 한국처럼 성인들의 문해률은 60%에 이르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온 한국의 현실처럼 우간다의 공교육도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이에 기대봉사단(최남오 선교사)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자학교를 개설했다. 센터가 있는 마유게 지역 내 유일한 공립 초등학교인 발리타초등학교와 연계해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도 하고 있다. 곽 목사는 지난달 18일 최 선교사와 함께 학교를 찾았다.

발리타초에는 이색적인 역사가 있다. 모슬렘이자 부지 주인인 지역 최고 어른이 교육에 대한 열의로 미국 성공회에 부지를 위탁해 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최 선교사가 협력하고 있어 세 개의 종교가 통합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2018년 기준으로 7개 학년, 1873명의 학생과 35명의 교사가 다니고 있는 발리타 초교는 그 규모에 비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과거의 한국 학교가 그랬듯 나무로 덧댄 흡사 가축우리와 같은 곳에서 수십 명의 아이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멀쩡한 건물이라고 해도 칠판과 책걸상이 없다면 창고라고 생각될 만큼 환경은 열악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급식이 이뤄질 리가 없다. 점심엔 대부분의 아이를 집으로 보내 끼니를 해결하고 오게 하지만 제대로 밥을 챙겨 먹고 오는 아이들은 드물다.
발리타초등학교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마유게(우간다)=임보혁 기자

최 선교사는 “그나마 CDP 센터에 등록된 400명이 넘는 아이들은 센터로 넘어와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선택된 아이들인 셈이다”며 “끼니 문제가 해결되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높은 출석률을 보이게 되고 이는 학업 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최근엔 중입 국가 학력고사에서 가장 높은 A등급을 20명을 배출해 지역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 가 자신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를 만나고 싶다는 바탄다 이반(13)군은 “뭔가를 고치는 것이 좋아 기계공이 되고 싶다”며 “기계공이 돼 돈을 벌면 고아들을 돕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반은 예수님을 “아픈 사람들을 고치시고 우리의 죄를 위해 돌아가신 분”으로 설명할 만큼 성경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이 외에도 “간호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도우며 예수님을 알리고 싶다”는 나무코세 피비(15)양과 “변호사가 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는 완다세 하디자(13)양처럼 CDP 사업을 통해 후원을 받는 아이들은 어려운 형편 가운데에서도 꿈과 비전을 키워나갈 힘을 얻고 있다.
곽재욱 동막교회 목사(중간 녹색옷)가 발리타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마유게(우간다)=임보혁 기자

최 선교사와 기아대책은 앞으로도 아이들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문제뿐 아니라 학교의 개·보수를 돕고, 양질의 교사를 충원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도 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현지인들을 끊임없이 교육해 삶이 변화되고 자립할 힘도 길러져 그들이 하나님의 평화와 영적인 회복을 꿈꾸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이곳 우간다 땅에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형상이 회복되는 게 꿈이다”고 전했다.

마유게(우간다)=임보혁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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