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 파문으로 빚어진 2차 가해 중단을 호소하면서 “여성가족부(여가부)가 해야 할 일인데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진선미 여가부 장관도 이번 파문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억측과 신상털기 등의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는 비슷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13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모두 발언에서 작심한 듯 여가부를 비판했다. 먼저 여가부가 발행해 학교에 배포한 ‘초중고 성평등 교육 사례집’에서 ‘김치녀는 혐오표현이 맞지만 김치남은 혐오표현이 아니다, 여성에 대한 혐오는 혐오가 맞지만 남성은 강자이기 때문에 남성에 대한 혐오는 혐오가 아니다, 여혐은 안 되지만 남혐은 괜찮다’는 식의 내용이 담겼다가 삭제된 일을 언급하면서 “진선미 장관이 책임지고 이걸 삭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이 자료집에 대해서 사과하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도 사죄하시길 바란다”고 쓴소리했다.

이어 정준영 동영상 파문에서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여가부가 해야 할 일인데 하지 않아서 제가 대신 한다”고 말했다. “가수 정준영의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찾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네티즌에게 부탁한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 몰카 영상의 피해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시작된 것이다. 이 몰카 영상 대상자에 모 걸그룹 멤버가 포함돼있다는 언론사 보도 때문에 네티즌들이 그 걸그룹 멤버가 누구인지, '피해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급기야 실명의 걸그룹 멤버들이 지라시 형태로 돌기 시작했다. 이 근거 없는 지라시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의 핵심은 정준영이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범죄 행위이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신상털이를 한다면, 그것은 우리도 또 다른 정준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2의, 제3의 정준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이 일을 하지 않아서 제가 급히 제안을 드린다”고 거듭 강조한 하태경 최고위원은 “언론사를 비롯해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마음고생하고 있을 정준영의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제발 찾지 말아주시기 바란다. 그것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을 편집해 유튜브채널 ‘하태경TV’에 “여가부가 할 일을 안 해서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리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이날 오후 여가부도 정준영 동영상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진선미 장관은 연예인 등 불법촬영 및 유포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현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지난 2018년 혜화역 시위 등을 통해 표출됐고, 이를 계기로 많은 국민들께서도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셨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이 비록 2018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일지라도 사적 대화방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유희화하는 일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어났다는 점과,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경기 고양시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또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관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여가부는 관계 부처와 협력해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진선미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영상물이 유포될 경우 이를 신속히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긴급 모니터링을 요청했으며, 피해자에게 상담, 영상 삭제, 심리치료 등 의료비, 무료법률 지원사업을 통한 소송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영상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등 디지털 성범죄 근절 관련 주요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정준영과 함께 있었고,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승리도 같은 날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나간다. 성접대 의혹이 담긴 채팅방에 함께 있었던 배우 박한별의 남편이자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도 같은 날 소환된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수 정준영이 해외일정을 중단하고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정준영과 승리는 전날 각자 소속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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