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나중에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다.

한국인 의학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이처럼 험한 수면 습관을 가진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12년 후 4분의 3정도에서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세계 11개국, 24개 센터의 수면 및 신경 전문가들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관련 논문은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브레인(Brain)’ 최근호에 발표됐다. 주로 북미, 유럽의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이번 연구에 아시아에서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가 유일하게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렘수면은 쉽게 말해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로 대부분 이때 꿈을 꾼다. 렘수면 때는 근육이 이완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 꿈 속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외상이 빈번하다. 전체인구에서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한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1%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3세였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6년, 최장 19년이었다.

그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무려 73.5%가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행됐다.
신경퇴행질환 위험요인으로는 운동 검사 이상, 후각 이상, 경도인지장애, 발기장애, 운동 증상, 도파민운반체 영상 이상, 색각이상, 변비, 렘수면무긴장증 소실, 나이 등 이었다.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퇴행성질환의 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이 질환으로 진단했을 때 신경퇴행질환으로의 이행률과 진행 예측인자를 정확히 추정하면 신경보호를 위한 치료가 가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신경퇴행질환처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완치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조기진단으로 더 쉽게 치료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신경퇴행질환의 경우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될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예측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환자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될 수 있다.

정기영 교수는 14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졌으나 이를 다기관 장기 추적으로 밝힌 첫 연구이며 추가적으로 신경퇴행질환의 다양한 위험인자들을 같이 밝혔다”며 “특히 한국인 환자의 데이터도 같은 양상으로 확인 된 것이 이번 연구의 큰 의의”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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