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그는 34세로 이름은 김다운이며 미국에서 8년간 공부한 유학파로 조사됐다. 아울러 김다운의 변호인은 수임료 대부분이 범죄 수익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껴 변론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5일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이희진씨 부모 살인 사건’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상황에서 피의자의 죄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신상공개위원들은 김씨의 범행이 철저한 계획에 따른 범죄로 보고 압수수색을 통해 혈흔이 묻은 신발을 압수하는 등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되면 수사공보규칙에 따라 경찰은 피의자의 실명과 나이를 공개하고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없앤다.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26일 검찰에 송치될 김다운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이동할 때 취재진 앞에 처음으로 얼굴이 공개될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다운은 고등학생 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 2009년 미국에서 8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고 이후 요트임대 사업을 해왔다고 했다. 2017년 8월쯤 사업을 실패하고 이혼한 뒤 홀로 귀국했다.

김다운은 다시 국내에서 요트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아버지(62)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아버지가 먼저 접근했고 주식 투자를 권하는 이씨의 아버지에게 지난해 2월 직접 만나 2000만원을 건넸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다운의 이 같은 주장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은 그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왔고 재산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다운이 이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차용증이나 계좌 이체 명세서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씨 아버지와 통화한 내역도 없고 요트 임대 사업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올렸다는 광고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이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범행을 준비했다고 주장했지만 정황상 그가 이씨 부부의 금품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다운은 이씨 아버지의 차량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다운은 지난해 4월 이희진의 주식거래 피해자를 만나 가족 정보를 캐냈으며 범행 직후에도 이 피해자에게 연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김다운의 변호사는 25일 사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의 처음 진술과 달리 계획 범죄 정황이 드러난 데다 변호사 수임료 5000만원 중 4500만원이 범죄 수익이라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는 이 수임료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다운은 지난달 25일 오후 중국동포인 박모씨 등 3명을 고용해 안양시에 있는 이씨 부모 아파트에서 이씨 부친(62)과 모친(58)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다운은 이씨 부모의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와 장롱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5억원이 든 돈 가방과 벤츠 차량을 강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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