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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ADHD에 의한 폭력적인 아이

ADHD 생물학적 질병, 정확한 진단이 필수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인 J는 폭력적인 아이로 소문이 났다. 유아기에만 해도 활발하다고 이야기를 듣고 어디서든 쉽게 친구에게 다가가고 사귀는 재미있는 아이로 여겨졌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는 아직 어려서 ‘장난꾸러기’라며, 학교 선생님도 귀엽게 봐주셨다. 하지만 2학년이 되니 담임 선생님에게 매일 야단을 맞고 왔다. 아이가 특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선생님의 평가가 확연히 달랐다. 초등학생에 걸 맞는 규범을 모르고 선생님 말씀을 안 듣고 친구를 괴롭히는 ‘말썽꾸러기’라는 거다. 같은 반 학부모들의 항의가 자주 들어온다면서 선생님의 전화가 빈번해졌다.

이런 전화를 받고 J의 부모는 처음엔 잘 타일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자 매를 들기 시작했다. 아이는 잠시 조심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차츰 폭력적인 행동까지 보였으며 집에선 반항이 늘고 말을 더 듣지를 않았다. 폭력적인 행동이 시작되자 놀란 부모는 가까운 곳을 찾아가 놀이 치료를 시작하였다. 놀이 치료도 받고, 부모의 양육 태도의 문제점도 교정을 받고 나니 폭력적인 행동은 줄어들었다.

3학년이 되었다. 치료를 통해 폭력적인 행동이 줄었던 J이지만 친구에게 집적되고 추근거리는 행동은 계속됐다. 학년이 올라가니 이제는 해야 할 공부의 양은 늘어 가는데 너무 싫어하니 야단만 맞았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부모는 다시 매를 들었다. 학교에서도 벌을 받고 오는 날이 점차 늘면서 다시 폭력성이 나타났다. 부모에 대한 반항도 더 늘어나서 부모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되자 병원을 찾았다.

평가와 검사를 해본 결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이하 ADHD)였다. 조금 의심은 해본 적이 있었지만 ‘우리 아이가 그 정도는 아니겠지’ 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아닐거야, 부모가 멀쩡한데 그럴 리가 없어’ 부정을 하면서 ‘아이들을 부모하기 나름이야’라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학교에서 지적을 계속 받고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자주 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친구들이나 그들의 부모들조차 J를 피하고 함께 놀려 하지 않자 아이의 폭력성은 점차로 심해지자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자 학교에서의 문제 행동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과제를 하는 데도 집중을 잘하니 집에서도 부모와 마찰이 몰라보게 줄었다. 하지만 폭력적인 행동은 물론 다툼은 없었는데도, 여전히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기술이 부족하고 화를 참기만 할 뿐 감정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ADHD로 진단되어 치료 받는 아이들의 가장 흔한 모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경과를 밟게 되는가? ADHD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질병이다. 부모가 양육을 잘못해서 생긴 질병이 결코 아니니 불필요한 죄책감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물학적인 질병이니 신체의 질병과 다를 바가 없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를 할 때 우선은 혈압을 재서 혈압이 높은지, 높다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확인하고 고혈압을 진단한다. 정도에 따라 심하지 않으면 체중 조절이나 식이요법, 운동으로, 어느 정도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하면서 체중조절, 식이요법을 하면 노력하는 것처럼 ADHD도 마찬가지다.

ADHD 치료도 우선 정확한 평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J의 부모는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치료를 거꾸로 한 셈이다. 폭력성의 원인은 수십 가지도 넘는다. 여러 원인 중에 ADHD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ADHD가 맞다면 약물치료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부모 교육이나 놀이 치료, 사회성 훈련, 인지 행동 치료 정도로 개선 될 수 있을 지를 먼저 가늠해 보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치료 방향키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시간만 낭비, 증상은 더 악화 된 거다. 아이 상태를 심리, 사회적, 생물학적인 총체적 평가 없이 적당히 심리치료, 약물치료하면 되겠지 하는 주먹구구식은 곤란하다. J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막연히 걱정하면서 정확한 평가를 꺼리는 것은 부모의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ADHD는 치료의 방향만 제대로 설정해서 체계적으로 치료하면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며 재발도 없다. 늦어도 초등학교 3학년은 넘기지 말자. 사춘기가 시작되면 전혀 다른 양상이 찾아온다.

다음번에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와 다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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