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던 엄창환(35)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의 눈물이 정치 쟁점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함께 고생한 동료 청년들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것일 뿐인데도 일부 언론이 문재인정권을 비판하는 소재로 본인의 눈물을 사용했다며 당황스러워했다.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청년기본법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엄 대표는 현실이 답답해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문재인정권에게 서운함이 있다거나 청와대나 권력자들에게 청년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정권 이전부터 전국 각지의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청년 정책을 제안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언제나 묵묵부답이었고 그 어디에도 청년을 위한 채널이 없었다.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하는데 순간 각 지역에서 어렵게 청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언론이나 정치권, 정부는 언제나 청년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청년기본법 등의 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언론도 정치도 정부도 어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청년 문제를 바라보곤 해요. 비정규직 문제나 젠더 문제 같은 이슈 말이죠. 그리고 정치적으로 청년 문제를 사용한 뒤에는 누구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청년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해 진지하게 풀어야 하는데 단편적인 진단과 정치적인 소비만 난무할 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선 청년을 약자라고 하고, 또 어디선 혁신의 주체라고 하죠. 또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고 또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은 청년들의 미래에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청년 문제가 거론되는데도 그때 뿐이에요.”

엄 대표는 자신의 눈물을 보여주며 문재인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사들을 보니 문재인정권이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가 울었다는 내용이 많았다”면서 “제 발언의 취지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청년 문제는 문재인정권 만의 문제가 아니라 15년도 더 된 것이다. 제 눈물을 정치쟁점화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엄 대표는 또 자신의 눈물로 본의 아니게 현장의 다른 시민사회단체에 폐를 끼친 것 같다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청년기본법 등의 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어제 간담회에서 매우 진지하고 발전적인 논의가 많이 오갔다”면서 “아주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도 제 눈물만 부각된 것 같아 송구스럽고 선배 시민사회 분들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런 간담회를 주최한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감사의 뜻도 표했다. 엄 대표는 “간담회는 솔직했고 진지했으며 의미 있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면서 “여당과 청와대 관계자들도 각 분야 쟁점을 열심히 듣고 일일이 답변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는 열의가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어제 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다 하지 못한 발언을 지면을 빌어 대신하고 싶다고 했다. 아래는 엄 대표가 발언하려고 한 자료다.

안녕하세요.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엄창환입니다.

청년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17개 광역시도 청년기본조례와 청년정책 도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덕적해이와 청년수당 직권취소를 이야기했던 전 정권에 함께 분노하고 힘을 모아 청년수당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정권이 바뀐 후 많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인지하는 청년문제는 아직 단편적이라 사회의 이슈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젠더문제가 되기만 할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 단체는 청년기본법 제정,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 설치, 행정안전부 청년부서 설치를 기본구조로, 청년문제가 일자리문제로 한정되는 것을 넘어, 청년을 사회의 주체로 등장시키며 다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미래사회정책으로서 청년정책을 도입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도 행정 실무 중심의 논의에 빠져 청년정책의 원리가 고려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하시던 모습을 기억하며, 정규직 청년의 반대라는 현상에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세대에게는 숙의를 위한 시간과 그것을 자체적으로 행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가 있으며 과소대표되어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평등한 기회의 조건을 무엇인지, 과정이 공정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결과가 정의롭다는 것의 바름은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세대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이 중앙정부 청년거버넌스와 다음 사회를 위한 청년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처럼 이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들이 깨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다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찾는 과정이 모두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관점으로 중앙정부 청년정책이 도입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을 대통령께서 직접 챙겨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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