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가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게임문화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춤, 낚시 같은 것에 과몰입한다고 이를 정신질환으로 여기고 치료의 대상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게임문화포럼에서 “게임이 중독으로 단독적인 치료의 대상이 된다는 명확한 정신의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연 주제는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 그리고 도덕적 공황(Moral Panic) :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가’다.

퍼거슨 교수는 “우리가 여가로 즐기거나 흥미롭게 느끼는 활동들은 모두 계속 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게임이 자체적으로 치료받아야 할 질병으로 여기는 것은 매우 파편적인 해석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하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게임 내 과몰입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있다. 그러나 ‘게임중독’이라는 게 단독적인 정신장애이고 별도로 치료받아야 할 질환인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과몰입은 어떤 영역에서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이 약물 남용에 비견될 수 있는가. 우리 두뇌의 도파민에 영향을 미친다든지 하는 약물 남용이 게임과 비교될 수 있는지 확실한 연구에 기반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 과몰입 현상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기저에는 다른 정신의학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가령 우울증이나 자폐증 같은 정신의학적 상황에 따라 게임 중독 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거다. 그는 “게임을 과도하게 한다면 그의 주변 환경과 다른 정신적인 문제들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춤 중독에 대한 연구가 있다. 낚시 중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도 최근에 봤다. 어떤 사람은 굉장히 많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면서 집착을 하는데, 이는 당장 유튜브를 틀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언가를 과하게 하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왜 굳이 ‘게임’만 그러려고 하는가”고 반문했다. 이어 “숱한 여가생활 중 굳이 게임이 더 높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다른 과몰입과 함께 동등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교수는 WHO의 게임질병코드 등재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정치적 압박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의 WHO 행보는 일부 아시아 국가의 압력에 것이라는 정치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몇몇 국가들인데, 중국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청소년의 시력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게임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가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게임문화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WHO가 게임을 장애로 인정하면 큰 실수이자 어리석은 결론이 될 거다”고 재차 강조한 뒤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다. 게임장애라는 용어는 미국정신의학회(APA) 등에서 극히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퍼거슨 교수는 한국에서 시행중인 ‘셧다운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2017년 청소년이 하루에 1분 30초 더 잘 수 있게 됐고, ‘게임중독’ 사례는 불과 0.7% 감소했다. 그는 “셧다운제가 효과가 없는 건 사례를 통해 분명해졌다. 이러한 조치가 답이 되지 않음이 증명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퍼거슨 교수는 “게임중독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설문들이 있지만 피실험자에 대한 무작위 연구를 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묶는 경우가 있다. 의도적인 행동”이라면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젊은이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은 기성세대에게 게임은 훌륭한 비판 소재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중독에 관한 연구들이 있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좀 더 표준화되고, 공정하게 연구해야 한다. 특히 분석을 진행한 후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조작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나 그 외 공인이 대중을 상대로 이러한 이슈를 이야기할 때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발표를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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