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맞벌이 가정에서 14개월 아기를 맡은 50대 여성 아이돌보미 김씨의 학대가 CCTV 영상에 포착됐다. 아기의 부모는 유튜브에 학대의 정황을 공개했다. 유튜브 화면 촬영

서울 금천구의 맞벌이 부부가 아이에게 가해진 학대를 처음 알아챈 날은 지난달 13일이었다. 직장에서 일하던 엄마는 집안에 설치한 CCTV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보던 중 50대 여성 아이돌보미 김씨의 학대를 우연히 목격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로 부부에게 소개됐다. 돌도 지나지 않은 부부의 아이를 맡아 3개월간 돌보고 있었다.

부부는 그날 CCTV를 돌려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김씨는 아이의 따귀를 때린 뒤 울자 입속으로 밥을 밀어 넣었고, 머리채를 잡거나 발로 찼다. 저장된 CCTV 영상은 지난 2월 27일부터 학대가 목격된 날까지 15일 분량이 전부였다. CCTV 영상에 포착되지 않은 기간 동안 김씨의 학대가 얼마나 심각하고 빈번하게 가해졌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김씨는 지난 3일 금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학대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로 확인된 학대조차 김씨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면 얼마나 더한 일이 있었을까.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기학대 사건’은 533만 맞벌이 가구의 내재된 불안감을 끄집어냈다. 피해 부부가 지난 1일 청와대에 처벌과 재발 방지를 호소하며 올린 국민청원은 닷새 만인 6일 오후 6시 현재 25만997명의 동의를 얻었다.

‘혹시 내 아이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선량한 아이돌보미가 그만두면 누구의 손에 맡겨야 할까.’ 맞벌이 부부의 근심은 또 늘었다. 그나마 아이가 학대 피해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나이라면 상황은 나은 편이다. 금천구 맞벌이 부부의 사례처럼 영유아의 학대 피해는 증언을 들을 길도 없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가 표현하는 ‘몸의 언어’를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울고, 보채고, 잠에 들지 못하는 것 외에도 여러 행동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오은영 원장은 5일 “어떤 행동이든 평소와 달라졌다고 느꼈다면 이유가 있다”며 “성장·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도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원장은 평소와 다르게 ①울고 ②짜증 내고 ③다가가면 피하고 ④잠을 못 자고 ⑤잘 먹지 못하고 ⑥너무 많이 먹고 ⑦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⑧보행기를 탄 상태로 뒷걸음질을 치고 ⑨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⑩안 흘리던 침을 흘릴 때를 영유아에 대한 학대를 의심할 징후로 제시했다.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오은영 원장. 뉴시스

-영유아도 학대를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는가.

“연령에 따라 다양한 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 스스로가 아이에게서 ‘달라졌다’고 느낀 순간에 학대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얘가 왜 이러지’ ‘평소와 좀 다른데’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세상과 상호작용에서 오는 정보나 자극이 공격적이거나 두려우면 본능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학대를 당한 영유아에게서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가.

“가장 쉽게 발견되는 것은 몸의 상처나 멍이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보편적으로 돌보미의 학대를 알아채는 과정은 상처나 멍을 통해서다. 이런 증상이 없지만 맞거나 꼬집힌 경험을 가진 아이는 (부모가) 예뻐하려고 손만 올려도 막거나 피한다. 아이가 사람을 공격자, 조금 쉬운 예로 ‘맹수’라고 느끼는 것이다. 어른도 맹수와 맞닥뜨렸을 때 눈을 똑바로 보기 어려운 것처럼 아이도 사람의 눈을 피하게 된다.

학대를 당한 아이는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보행기를 발로 밀어 뒤로 물러나기도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신경질이나 화를 내고 우는 행동도 무언가 불편한 마음에 대한 표현일 수 있다. 부모 앞에서 유독 이렇게 행동한다면 (학대 가해자를 마주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잠에 들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않고, 반대로 너무 많이 먹는 행동도 관찰할 포인트 중 하나다. 학대를 지속해서 받은 아이의 성장곡선을 보면, 키나 체중이 더디게 늘어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학대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무조건 학대라고 의심할 일은 아니지만 살펴볼 필요는 있다. 갑작스러운 퇴행 행동도 학대의 징후일 수 있다.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거나, 안 흘리던 침을 흘리는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다.”

-표현이 가능한 아이라도 돌보미의 학대를 노골적으로 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말할 줄 아는 아이에게 학대 피해 여부를 갑작스럽게 묻는 것보다 대화를 늘려가며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뭐 하고 지내니’부터 시작해 천천히 대화하면 된다. 아이는 부모가 퇴근해 돌아온 뒤에도 잘 돌봐주는 돌보미에게 ‘가지 말라’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학대하는 돌보미에게선 도망가거나 밀쳐내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돌보미의 학대 의심이 들어도 CCTV가 없으면 입증이 어렵다.

“아이를 양육한다면 (CCTV 등을 통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환경을 권하고 싶다. 돌봐주는 사람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아이에게서 학대 이외에도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 돌보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더라도 모니터링이 가능한 환경이 좋다.”

-돌보미의 학대는 왜 일어나는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체로 아이를 좋아한다. 육아는 쉬운 일이 아니다. 돌보미가 생계를 위한 일이라고 해서, 평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서 아동학대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아동학대는 보통 사람이 절대로 저지르지 않는 범죄 행위다. 보통 사람은 아이를 보호 대상으로 보거나 귀엽다고 느낀다.

통제와 영향력 행사가 쉬운 아이를 상대로 본인의 해결되지 않은 병리적 문제를 해소하려는 소수가 있다. 이 소수를 어떻게 가려내는가가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 학대 사건 근절의 관건일 것이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외부에서 가해진 힘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의 한계를 이용해 우위에 서려고 한다. 명백한 범죄다.”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 체계에 문제는 없을까.

“아이를 잘 돌봐주는 돌보미가 더 많다. 아동학대 문제는 정책이나 시설을 모두 개선하는 해법보다 학대 가해자 개인의 문제를 집중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보육교사를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응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복지 차원에서 애 키우는 부모를 도와주려고 만든 선한 의도의 정책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직장 내 어린이집을 많이 세우는 것이다. 직장 안에서 아이의 상태를 모니터링이 가능하니 학대가 이뤄지기 어렵다. 웬만큼 직원 수를 갖춘 기업은 시행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훈련된 교사 여러 명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지역 어린이집을 늘리는 방법으로 직장어린이집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대안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환경에서 아이를 돌보는 해법일 뿐 아동학대를 근절하는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김철오 백승연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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