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고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찾아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민들을 체육관 등 대형 실내공간에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공공기관 연수시설 활용 등을 적극 검토해 주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강원도 산불 진화에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하며 특별히 주문한 내용이다.

2017년 포항지진 당시 발생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의미다. 당시 지진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은 임시 거처인 흥해실내체육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대피소 등에 묵어야 했다. 하지만 공개된 공간에서 돗자리나 모포만 깐 채 먹고 자는 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이 모두 노출된다는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진 발생 닷새가 지난 뒤에야 추위를 막고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텐트를 대피소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마저도 1000명을 넘는 이재민들을 모두 수용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강원도 산불이 발생한 직후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주거 공간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6일부터 산불 이재민을 위해 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의 연수시설 중 지원 가능한 객실 수를 파악해 주민들에게 제공키로 했다.

현재 임시이주시설로 제공할 수 있는 연수원은 총 96실, 466명이다. 철도공단 망상연수원, LH 속초연수원, 도로공사 속초연수원, 철도공사 양양연수원, 한전 속초연수원, 신용보증기금 속초연수원 등이다.

이미 동해지역의 이재민 9세대 23명이 임시 대피소에서 철도공단 연수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강릉 지역은 이재민 주거지원 수요조사 결과, 농촌 특성상 마을회관을 선호해 각 지역 마을회관 6개소로 분산 이주했다. 또 속초·고성 지역의 이재민들은 7일부터 이재민별로 거주를 희망하는 위치의 연수시설로 단계적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5일 강원도 고성군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주민대피소에서 지난 4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대피를 하고 있다. 고성=김지훈기자

국토부는 또 LH와 함께 강원도 산불 지역 이재민의 주거지원을 위해 ‘주거지원 상담부스’도 설치했다. 이재민의 주거지원 수요를 조사하는 것부터 임시주거시설 및 매입·전세임대주택, 조립식 주택 등 이재민 수요에 맞는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

무엇보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한 숙소형 조립식 주택을 이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족 단위 이재민이 많은 현장 수요를 고려해 단위 면적이 크고 취사시설을 갖춘 가족 단위 거주용 조립식 주택을 신규 제작·확보키로 하였다.

기업도 나섰다. 건설업체인 부영그룹은 강원도에 있는 부영 아파트 중 224가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번에 지원하는 숙소는 속초시 조양동에 있는 부영아파트 104가구와 강릉시 연곡면에 있는 부영아파트 20가구, 동해시 쇄운동에 있는 부영아파트 100가구 등 총 224가구다. 국토부와 해당 지역 지자체와 협의해 이재민 수요를 파악하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대로 이재민들이 속히 입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강원도개발공사 피해 지역 시군과 협의해 알펜시아 리조트 콘도미니엄 10실을 숙소로 제공할 계획이다. 주거시설이 마련되기까지 심리 안정을 위한 의료 서비스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9일에는 피해 현장 구호 물품으로 침구 100채를 지원하고 속초, 고성, 강릉 일원의 산불 피해조사가 완료되면 강원도개발공사와 알펜시아 임직원 자원봉사단이 복구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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