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 시각) 미국에서 평소 앓아오던 폐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발표했다. 향년 70세.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LA의 한 병원에서 요양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전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조 회장은 1949년 인천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 인하대학교를 나왔다. 그는 대학 시절 공업경영학을 전공한 뒤 1979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1988년 인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것은 1974년이다. 미주지역본부 과장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2년 부친이 타계하자 이듬해부터 한진그룹 회장직을 역임했다. 진에어,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사내이사도 맡아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45년간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국내·외 항공업계에서 조 회장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처음 발을 들인 1974년은 1차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때였다. 1978년부터 1980년까지도 2차 오일쇼크가 대한항공을 강타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진 탓에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유나이티드 항공 등은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 회장은 선친과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을 높여 불황에 호황을 대비하는 공격적 전략을 펼쳤다고 한진그룹은 전했다. 이는 오일쇼크 이후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1997년 외환 위기 등 외부의 숱한 고비를 넘겼지만 정작 가족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지난해 잇달아 터진 가족의 ‘갑질 논란’ 때문에 큰 비판을 받았다. 차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 갑질’,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대학 부정편입학 의혹’ 등이 불거졌고,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 녹취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조 회장 본인도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항공에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로부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챙긴 의혹 등을 받았다. 이 사건은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전망이다.

잡음이 계속되면서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20년간 유지해왔던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앞서 겸직 계열사를 9개사에서 3개사로 대폭 줄이겠다며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이외의 계열사 겸직을 내려놓기로 했으나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나게 된 것이다.

말년에 끊임없는 구설로 몸살을 앓았지만 조 회장의 경영 능력과 항공·운송분야에서 쌓아온 업적은 국내 항공업을 도약으로 이끌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스카이팀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IATA 총회의 경우 사상 최초로 올해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행사 2개월을 앞두고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조 회장은 국내 스포츠계 발전에도 힘써왔다. 대한탁구협회 회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을 지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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