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진보세대 20대의 ‘진보정권 외면’은 자연발생적 현상”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대상 강연한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진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청년기본법 제안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지지층의 이탈을 한때 ‘보수화’로 진단해 진땀을 뺐다. 당내 중진인 설훈 의원은 지난 2월 2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대의 사고와 경험을 배척하고 계도의 대상으로 본 이 발언은 곧 반발로 이어졌다.

실언은 계속됐다. 엿새 앞선 국회 토론회에서 “20대의 보수화는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적대감이 심어진 것”이라던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말이 전해졌다. 설 의원이 설화에 휩싸이는 과정에서였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사과했지만, 홍 수석대변인은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정권 연장의 열쇠를 쥔 20대에게 외면당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되레 ‘지난 정권과 다를 게 없다’는 인식만 부추겼다. 홍 수석대변인, 설 의원의 발언은 보수정권이 집권했던 앞선 9년간 숱하게 쏟아졌던 여러 불통의 실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진보 꼰대’라는 가시 돋친 말이 민주당으로 날아들었다.

민주당의 주류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한국전쟁을 경험한 부모와 다르게 북한에 우호적이고, 군부독재 정권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궜다. 자녀 뻘인 밀레니엄세대(2000년대 전후 출생자)는 86세대와 다르다. 2010년 연평도 포격·천안함 폭침 사건을 목격했고,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촛불집회로 심판했다. 86세대의 청년 시절처럼 진보 성향을 띄지만 온정보다 냉정하게 북한을 바라보는, 이른바 ‘반북 진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9일 “지금의 삶을 개선할 수도,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는 20대에게 바뀐 정권은 그저 새로운 기득권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는 집권당의 진보·보수 성향과 무관하게 세대별 인구수와 노동시장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이런 진단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설문의 결과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통계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의 20대의 정치성향은 여전히 진보적이다. ‘진보 세대’가 ‘진보 정권’을 외면하는 모순은 사회·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발생적 현상으로 이 교수는 보고 있다.

이 교수는 “80년대만 해도 인구구조가 청년층이 많고 노년층이 적은 피라미드(삼각형) 형태였다. 지금은 허리가 넓은(30~50대가 많은)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감소 추세의 인구구조가 20대, 특히 20대 남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진보 정권이 들어섰지만 20대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진보 기득권’만 들어선 셈”이라며 “20대를 보수성향으로 표면화하고 ‘정부를 외면한다’는 식의 분석은 섣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도 이런 내용의 강연을 펼쳤다.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주제로 민주당이 개최한 비공개 강연이었다. 이해찬 대표, 홍 원내대표, 박주민·김병관 등 의원 13명, 보좌진·당직자 등 60여명은 이 교수의 발언을 경청했다.

이 교수는 “20대가 추구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목해야 한다”는 박주민 의원의 발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강연장의 반응이 좋았다. 강연자가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정책을 펴내는 것은 결국 민주당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