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35억원에 달하는 주식 투자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후보자는 “재판 업무에 매진하면서 재산문제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고 해명하면서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의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0일 개최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35억원이 넘는 주식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조차도 “고위 공직자는 주식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6000만원 중 83%인 35억4887만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본인 명의로 이테크건설 2040주, 삼진제약 2501주, 신영증권 1200주, 삼광글라스 907주 등 6억6589만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다.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의 명의로 보유한 주식은 이테크건설 1만7000주, 삼광글라스 1만5274주, 아모레 1670주 등 28억8297만원이다.

이 후보자 부부는 과거 각각 자신의 판결과 관련한 업체 주식을 사고팔았고 이 후보자 판결에 나오는 업체 주식을 변호사인 남편이 매매했다는 점에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게 여야 모두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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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67개 종목, 376회에 걸쳐 37만4404주의 주식을 거래했다”며 “재판은 뒷전이고 판사는 부업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 후보자가 제출한 주식거래표를 보면 신한금융투자에서 약 540회, 미래에셋 680회 등 1200회가 넘고, 후보자의 배우자는 4090회가 넘는다”며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주식 전문회사로 돈을 많이 벌어 사회 공헌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고 하냐”고 꼬집었다.




여당에서조차 질타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금태섭 의원도 “판‧검사는 국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주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의원도 “주식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야당 의원들의 요청에 앞서 오히려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 후보자를 감싸면서도 마이크가 꺼지면 “왜 이렇게 주식이 많냐”며 긴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이날 “주식투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덕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초우량주보다 회사 이름이 생소한 코스닥주식이 많다”면서 “특정 회사에 ‘몰빵’한 이유가 뭐냐? 이것도 남편이 한 거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지금까지 주식 거래를 해오면서 어떤 위법성이 있거나 내부자 정보 이용이나 이해충돌이 없었다”면서 “재판 업무에 매진하면서 재산 문제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 종목 선정이나 수량 선정은 배우자가 다 했다”고 해명했다.

특정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이유에 대해 이 후보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서 투자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남편이 다 해서 잘 몰랐다.” “포괄적 동의를 했을 뿐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 등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법관으로 있으면서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답변이 궁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이 편향된 발언이라고 반발하자 여 위원장은 “부부간에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매일 볼 것 아니냐. 주식거래 하는 사람 치고 자기 주식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관심 안 갖는 사람이 있냐. 별거 부부냐, 부부간에 주식거래 관심 없겠냐”고 맞받아쳤다.

청문회 직후 이 후보자의 이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 후보자의 해명에 덩달아 남편 오충진 변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 변호사는 2005~2009년 특허법원 재직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과 호흡을 맞췄다.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김 대법원장이 재판장, 오 변호사가 배석 판사였다. 오 변호사는 또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법 연구회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냈으며 현 사법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법원 내 연구모임이다. 이 후보자와 오 변호사는 판사로 근무하던 1999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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