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제정된 낙태죄가 66년 만에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났다. 2020년까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을 개정해야 하며,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4명이 헌법 불합치, 3명이 단순 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각각 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시한으로 낙태죄 관련 조항을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되자 1심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2월 헌재에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69조인 ‘자기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고, ‘동의낙태죄’인 형법 270조는 의사 등이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현재 낙태죄 조항은 경제적, 사회적인 이유로 낙태를 하면 광범위하고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다”며 “이는 태아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최소한도를 넘어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를 규정하는 방식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한 것으로써,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자기결정권에 과도한 침해가 있는 것이지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입법 공백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고 오는 2020년 12월 31일 입법 전까지 (기존 법을) 계속 적용한다”고 결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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