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일본이 지난 9일 영국 런던에서 동해(East Sea)와 일본해(Japan Sea) 표기 문제를 놓고 비공식 협의를 했다. 동해 표기 관련 협의에 북한이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수로기구(IHO) 사무총장 주재로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에 관한 비공식 협의가 개최됐다”며 “한국, 일본, 북한이 과거 IHO에서 이뤄졌던 S23 개정 논의에 기초해 포괄적이고 진솔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비공식 협의에는 IHO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독일과 함께 미국, 영국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비공식 협의에 대한 결과 보고서는 2020년 4월 개최되는 IHO 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IHO는 세계 각국 지도 제작의 지침이 되는 S23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S23은 1929년 만들어진 초판부터 1953년 발행된 현행판에 이르기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해는 식민 지배 시절 쓰던 호칭”이라며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1953년 이후 S23이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는 논리도 폈다. 결국 IHO는 지난 2017년 총회에서 ‘사무국 참여 하에 관련국 간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 결과를 3년 뒤 총회에 보고한다’고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동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당초 협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IHO 사무국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해 표기 자체를 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압박하자 마지못해 응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IHO의 비공식 협의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의에서 일본해가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며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단호하게 주장하겠다”고 했었다.

남북은 일본해 단독 표기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서 의견이 일치한다. 단 우리 정부는 ‘동해’를, 북한은 ‘조선 동해’라는 명칭을 쓴다는 점이 다르다.

동해 표기에 대한 남북과 일본의 입장차가 커 비공식 협의에서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협의는 IHO 이사회가 열리는 7월쯤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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