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방사능 수치 검역에 통과한 일본산 생태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후쿠시마 앞 바다에 있던 대구나 명태가 동해로 와서 잡히면 국내산 아닌가요.”
“후쿠시마에서 잡았어도 다른 지역에서 원산지 세탁하면 어떡하나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11일(현지시간) 1심 패널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앞으로도 한국엔 2013년 발표된 임시특별조치에 따라 후쿠시마와 이바라키, 군마, 미야기, 이와테, 도치기, 지바, 아오모리 등 8개 현의 해역에서 잡힌 모든 수산물은 들어올 수 없다.
또 모든 일본산 식품을 수입할 때 세슘 검사를 진행하고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추가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도 계속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소기구의 결정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일단 바다엔 국경이 없다보니 후쿠시마 해역에 있던 수산물이 다른 국가의 해역에서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8개 현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들이 일본 내에서 장소를 이동해 원산지를 바꾸는 일명 ‘원산지 세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봤다. 일단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해류성 어종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문배 박사는 “어종은 회유성 어종과 정착성 어종이 있는데 회유성이라고 하더라도 수온 등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연어나 참다랑어 등 고도의 회유성 어종들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3년 한 시민단체는 일본산 어종의 50개 샘플을 조사해 회유성 어종인 명태, 고등어, 오징어 등 15개에서 방사성 물질 미량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 근해를 따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인 대구와 명태 역시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 이 어종들이 언제든 국내 해역으로 들어와 국내산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8개 지역의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이 다른 지역의 어항으로 들어갈 경우 원산지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시민단체 네트워크’도 이 같은 점을 꾸준히 제기했다.
네트워크에 속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간사는 “일본 전역의 수산물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라며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1차로 수산물을 구입한 다음 다른 배편으로 갈아타서 산지를 속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WTO 상소기구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에 모든 제재조치 폐지를 요구해 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박사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부각된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 국민들이 해당 지역의 수산물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통계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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