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며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 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협사업들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남측에 북한 편에 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려면 내외 반통일, 반평화 세력들의 준동을 짓부수어버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한 주장”이라며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의 보수 세력은)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으로 되돌려보려고 모지름을 쓰고,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조절’을 강박하며 북남 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제재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 책동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으로 치닫던 과거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시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남조선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관계로 전환시켜 온 겨레가 소원하는 대로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며 한반도 평화 무드를 진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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