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이 왕좌를 되찾았다.

이상혁의 소속팀 SK텔레콤 T1은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그리핀과의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승리, 2017년 스프링 시즌 이후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왕조 부활의 서막이 오른 것일까. SKT는 전통의 e스포츠 명가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스프링 4위, 서머 7위에 그치며 유례없는 부침을 겪었다. 그러자 스토브 리그 동안 대대적 리빌딩을 감행, ‘칸’ 김동하, ‘마타’ 조세형 등 슈퍼스타를 대거 영입해 자존심 회복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재능들은 빠르게 하나로 뭉쳤다. 이번 봄 동안 SKT의 경기력은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정규 시즌 내내 우승권 전력으로 취급됐던 이들은 7일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킹존 드래곤X를 3대 0으로 완파, 우승을 향한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결승 상대였던 그리핀은 SKT의 왕조 재건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됐다. 그리핀은 이번 정규 시즌 1라운드 동안 9전 전승을 거두면서 LCK의 ‘어나더레벨’로 군림했다. 15승3패 세트득실 +23의 성적으로 정규 시즌 1위에 등극, 일찌감치 결승 직행을 확정 지은 상황이었다.

정규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그리핀이 모두 웃었다. 1라운드 경기에서는 그리핀이 자신들의 포탑을 1개도 내주지 않고 2대 0 완승을 거뒀다. 2라운드 경기에서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그리핀이 백도어 전략으로 SKT의 넥서스를 하루 두 번 파괴했다.


그러나 이날 결승전에서는 지난 경기들과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SKT가 시종일관 그리핀을 압박했다. 1세트에는 내셔 남작 버프를 내주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2세트와 3세트에는 큰 어려움 없이 그리핀 넥서스 앞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이상혁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이상혁은 1세트 라이즈로 5킬 1데스 4어시스트, 2세트 아지르로 5킬 0데스 5어시스트, 3세트 라이즈로 3킬 2데스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세트 MVP는 팀원들의 몫이었지만, 그는 모든 세트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e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로 꼽히는 이상혁이지만 지난해부터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타이틀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재목 중 으뜸으로 꼽히는 ‘쵸비’ 정지훈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며 그는 다시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상혁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자신이 있다. 그는 우승 후 진행된 기자실 인터뷰에서 “지난 플레이오프도 (제 플레이가) 나쁘지는 않았다”면서도 “오늘 경기도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기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또 오는 5월 열리는 국제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에서) 누가 올라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면서 “작년에 LPL 미드라이너들 쟁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LCK 미드라이너들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승부욕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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