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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의 사령탑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평소와 다른 전술을 펼쳤지만 고배를 마셨다. 첼시 수비 뒷공간의 균열을 리버풀 공격진은 놓치지 않았다. 첼시는 15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가진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대 2로 패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4위 자리는 위태로워졌다.

첼시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칼럼 허더슨 오도이, 에당 아자르, 윌리안이 스리톱을 구성했고 루벤 로프터스 치크, 조르지뉴, 은골로 캉테가 뒤를 받쳤다. 에메르송 팔미에리, 다비드 루이스, 안토니오 뤼디거,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포백을 이뤘고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눈여겨볼 점은 사리 감독이 들고나온 전략이다. 그동안 고수한 축구 철학을 포기했다.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상승을 주문하는 감독이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점유율을 포기하고 실리적인 역습 운영으로 나섰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용해온 곤잘로 이과인이나 올리비에 지루가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비상황에서 아자르만 하프라인 윗선에 머무른 채 9명의 선수가 내려와 지역방어에 집중했다. 4-3-3으로 나섰으나 공격권이 상대에게 있을 때는 4-5-1의 수비적인 대형으로 맞섰다.

조르지뉴는 평소와 다른 역할을 맡았다. 조르지뉴는 그동안 4명의 수비라인 앞에 위치해 전체적으로 경기를 조율했다. 빌드업의 시작점인 만큼 대부분의 공격은 그의 발끝을 거쳐 전개됐다. 하지만 이날 조르지뉴를 거쳐 전개되는 빌드업 과정은 거의 없었다. 첼시의 두 센터백이 전방에 있는 아자르에게 내주는 직접적인 롱패스가 많았을 정도로 짧은 패스 중심의 빌드업을 포기했다.

중앙으로 투입되는 볼 전개에 집중하는 강팀들을 만나면 사리 감독이 실리적인 운영을 택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던 지난 2월 맨체스터 시티와의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결승전 때도 같은 전략을 들고 나왔다. 37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던 리버풀 홈경기에 대한 부담감과 3일 전에 경기를 치르며 체력적으로 지쳐있던 상황에서 수비 태세로 전환한 것은 사리 감독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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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에는 아자르를 앞세운 빠른 공수전환에 집중하다 후반 중반이 넘어서 교체 카드로 승부를 보려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사리 감독의 계획은 틀어졌다. 후반 시작 10분도 채 되지 않아 2골을 실점했다. 후반 5분, 첼시의 수비라인이 한쪽으로 집중되며 발생한 공간을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가 놓치지 않고 득점했다. 곧바로 2분 후 모하메드 살라가 팔미에리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이겨낸 후 왼발 중거리 슛으로 쐐기골을 꽂아 넣었다.

사리 감독의 전술 실패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리버풀 역시 첼시가 내려앉아 수비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공간을 찾아내지 못했다. 평소와 다르게 직선적인 긴 패스 위주의 공격이 많았다. 중앙으로 볼 투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순간 벌어졌던 첼시의 수비 균열을 찾아낸 마네와 살라의 환상적인 개인 기량 덕에 2골 차 완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홀로 첼시의 공격을 지휘하며 전술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아자르는 수차례 득점 기회를 잡아내긴 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에이스들 간의 대결에서 아자르가 살라에게 판정패를 당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사리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 운영은 패착이 됐다.

사리 감독은 경기를 끝낸 뒤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살라의 득점은 정말 훌륭했다”며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우리 쪽에 불운이 따랐다. 이번 시즌 35번째로 골대를 맞췄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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