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무역 공세가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한국시간으로 16일 새벽 미국 워싱턴에서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대일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자동차와 농산물, 환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을 거칠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가능한 한 적은 양보를 내주고 싶은 일본 입장에서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일 무역협상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 내용에 따라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익에 입각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틀간 이뤄지는 미·일 협상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생상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어떤 수준의 요구사항을 내세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에서 무려 676억 달러(약 76조55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중국과 멕시코,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오랫동안 너무 많은 적자를 봤다”고 언급하는 등 여러 번 불만을 표시해왔다. 일본은 일본의 대미 투자와 미·일 안보협력 등을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의 큰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액수 중 80%가 자동차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 자동차 기업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한편, 일본에서 직수입되는 차량 대수에 상한선을 거는 규제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에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본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 카드로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도 관건이다.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을 맺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와 EU산 농산물은 일본에서 관세 혜택을 얻고 있다. 때문에 미국 농업계는 자국산 농산물이 일본 시장에서 호주와 EU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통상적인 무역 이슈를 넘어 환율 문제까지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태세다. 미국은 일본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엔화 환율을 낮추는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새 무역협정에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자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통화정책 자율성을 상실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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