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이날 오후 추모공연에 나서는 안무가와 현대무용단원 10여명이 200여m 등대 길을 거닐어오며 ‘추모퍼포먼스’ 리허설을 선보이고 있다. 김영균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정오 전남 진도군 팽목항. 4월의 봄 햇살이 등대 길을 걷는 내내 얼굴에 스며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슬픔과 아픔,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희생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난간에 매달린 노란리본과 깃발을 연신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나부끼는 리본과 깃발의 모습을 보며 같이 아파하는 듯 했다.
5주기를 맞아 많은 추모객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등대 길은 한산했다. 20여명의 추모객이 가족·일행과 함께 기다림의 의자에도 앉아보고 기억의 타일에 붙여진 참사의 현장 위치도도 쳐다보며 말없이 상념에 잠겼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내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먼 바다를 응시하는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오후 1시쯤 되자 이날 오후 추모공연에 나서는 안무가와 현대무용단원 10여명이 200여m 등대 길을 거닐어오며 ‘추모퍼포먼스’ 리허설을 선보였다.
등대 길을 나와 옛 분향소인 세월호 기억관으로 향하는 도로 옆 해상에는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 옆으로 굴삭기 1대가 매립지 평탄작업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진도항 2단계 건설을 위한 접안공사를 위해 드넓은 바다를 매우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작업공정이 벌써 80%를 넘어섰다. 올해 말까지 접안시설 공사가 완료되면 내년 10월에는 이곳에 터미널이 준공된다. 이후 카페리호를 타고 제주까지 갈 수 있게 된다.
기억관에 들어서니 예전처럼 슬픈 음악과 함께 희생자들의 영정이 벽면에 걸린 TV모니터에 순서대로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와 일반인 승객 권재근·혁규 부자의 고무신도 제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다만 세월호를 형상화해 나무로 만든 추모 배가 영정 모니터 밑에 새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배 위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놓아둔 것으로 보이는 흰색과 노란색종이로 만든 304개의 앙증맞은 종이배가 얹혀져있었다.
팽목항 416 기억관 내에 추모 배와 영정모니터를 뒤로 하고 희생자를 위로하고 기원하는 리본편지가 기억의 나무에 매달려 있다. 김영균 기자

이날 오후 기억관에는 40여명의 추모객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다. 광주에서 부인과 함께 기억관을 세 번째 찾아왔다는 박모(62)씨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상징적인 5주기를 맞아 다시 찾아왔다”면서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내)마음이 너무 안 좋은데 유가족들의 아픔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다”며 위로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직까지 드러내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는 또 다른 아픈 사람들도 있다. 진도군민들이다.
참사 이후 조도면 어민을 비롯한 진도군민은 자발적으로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 의료지원 등에 나서 유가족들을 챙기면서 헌신했다. 당시 진도군의 총 인구는 3만2000명. 이 가운데 1만4000여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함께 아파하고 울었다.
하지만 진도군은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역경제 침체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슬픔과 아픔의 현장으로 인식된 진도군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설령 찾는다고 해도 관광객들은 군내 명소를 둘러보고 곧장 떠나면서 ‘지나치는 관광지’로 변모됐기 때문이다.
진도군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122억5400만원의 소상공인 금융대출이 이뤄졌으나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이들의 상환액은 지난해 말 기준 51억3771만원으로 41.9%에 그치고 있다.
참사 현장에서 맨 처음 희생자 구조에 매달렸던 어민들도 생활고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진도군 어민에게 특별영어자금으로 148억여 원이 대출됐으나 64억여원은 일반자금 대출로 전환되면서 절반가량의 어민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진도군 한 어촌계장은 “팽목항은 ‘참사의 현장’이 아닌 ‘수습의 현장’이다”면서 “‘어둠의 상징적 항구’가 아닌 동북아시대의 국제 항구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는 무한발전가능성의 ‘새 희망의 항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3년째 식당업을 하고 있는 이모(65·여)씨는 “세월호 주기만 되면 반짝 관심을 갖지 말고 평소에 가족들과 함께 진도를 찾아주는 것이 (진도군을)도와주는 것이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진도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도신비의 바닷길 축제’ 등 주요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청정 농수특산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판매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7월 중순에 개장하는 대명리조트를 비롯해 대규모 단지의 휴양시설 등을 유치하고 볼거리, 즐길거리, 체험거리를 더욱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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