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무역분쟁의 세계무역기구(WTO) 최종 판정에서 한국 측이 승소한 건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면 무역 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며 소송대응단을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통상비서관실로부터 ‘WTO 일본 수산물 분쟁 최종 판정 결과 및 대응 계획’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치밀한 전략과 젊은 사무관, 공직자들이 중심이 된 소송대응단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며 소송대응단을 치하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생길 다른 분쟁 소송에 참고로 삼기 위해서라도 1심 패소 원인과 상소심에서 달라진 대응 전략 등 1심과 2심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남길 필요가 있다”며 추가 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후쿠시마산 수산물 1차 수입 규제 조치를 내렸다. 이후 원전 오염수 발표 이후인 2013년 8월 강화된 임시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한국 정부의 조치를 WTO에 제소했고, WTO는 지난해 2월 패널 판정에서 한국 정부 패소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11일 WTO는 상소심(최종심)에서 1심 판정 결과를 뒤집고 한국에 승소 판정을 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WTO 위생 검역 협정 분쟁에서 패널 판정 결과가 상소심에서 뒤집힌 사례가 최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정은 전례 없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25년 WTO 역사상 이 같은 승소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WTO는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 관련 분쟁을 총 40여건 진행했다. 이 가운데 피소국이 승소를 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심 결과를 2심이 뒤집은 사례도 전무하다. 그만큼 WTO는 국제 무역을 수호하는 기구로서 엄격하게 분쟁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세계 통상질서 변화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산하에 63명 규모로 신통상질서전략실 신설을 추진해 소송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새로 확보한 인재의 상당수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팀과 법무영역으로 보강했다.

특히 국제 통상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2018년 4월 민간 전문가로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을 섭외했다. 정 과장은 이번 소송을 주도한 인물이다. 같은 통상전문 변호사 출신인 고성민 사무관도 상소 대응전략의 실무를 도맡아 챙겼다. 고 사무관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016년 WTO 상소기구 위원 선거에 출마할 당시 관련 업무를 지원한 민간 전문가 출신이다. WTO 상소기구의 구성과 특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로 꼽힌다고 한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대응법리 등 분쟁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김현진·안동성 사무관, 원자력안전위원회 김상 사무관, 해양수산부 신범준 사무관 등 관계부처 전문가들로 소송팀을 꾸렸다. 민간 전문가도 합세했다. WTO 사무국 출신인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의 앨런 야노비치 변호사, 한-캐나다 소고기 분쟁 등 정부 WTO 분쟁에서 소송 실무를 도맡아온 법무법인 광장 정기창 변호사, 전 WTO 상소기구 위원인 서울대 로스쿨 장승화 교수 등이 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했다. 1심 패널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 총 2만 페이지에 달했다. 지난해 4~8월 고성민 사무관과 식약처 김현진 사무관이 이 모든 자료를 비롯해 1심 판결문을 줄줄이 외울 정도로 꼼꼼하게 재검토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패널의 증거 인용 방식을 분석하고 2018년 9~10월 1심을 뒤집기 위한 법리 전략을 수립했다. 같은 해 11~12월 초까지 최종 변론안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이번 승소가 역사가 반복되는 세계 통상 분쟁 현장에서 귀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승소와 관련해 일본 측의 반응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문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WTO 패소에 따른 보복성 조처라는 분석도 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별하게 일본 정부를 향한 발언은 없었고, WTO가 내린 판정을 존중한다는 입장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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