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로 취임 50일을 맞았다. 최근 한국당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舌禍)와 ‘기·승·전·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되는 여권의 과거사 공세 등 악재에 대해 황 대표가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향후 황 대표의 리더십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한국당 소속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관련 발언에 대해 “당 일각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발언들이 나왔다”며 거듭 사과했다.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은 각각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쳐먹는다’ ‘이제 징글징글하다’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한국당 인사들의 최근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당 소속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7일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SNS에 “문재인정부는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였다.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재난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황 대표는 이튿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적 재난 앞에서 모두 언행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황 대표의 공개 경고에도 한국당 인사들의 설화가 계속되는 건 황 대표의 리더십이 아직 공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황 대표가 막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장악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당은 지난 2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 문제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당내에서도 잇따른 설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사들의 설화가 당의 극우 이미지를 부각해 결과적으로 중도층 지지 흡수를 방해할 것이라는 논리다. 지도부의 한 중진 의원은 “요즘은 당 소속 의원 개개인의 실수가 당 전체에 리스크(위기)로 작용하는 게 순식간”이라며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4선인 김재경 의원도 “5·18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상처를 덧나게 하고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인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제는 한국당 내부에서 설화를 일으킨 인사에 대한 징계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홍문종(4선)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걸핏하면 검찰이 야당 의원들을 피의자로 데려가고 포토라인에 세우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당 식구들의 방패막이가 돼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앞서 5·18 폄훼 논란 때에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폈었다. 황 대표는 차 전 의원과 정 의원 징계 논의와 관련해 “징계도, 수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뜻을 감안해 합당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황 대표를 향한 계속되는 ‘과거사 공세’도 정치 신인인 황 대표로서는 부담이다. 황 대표 입당 이후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세월호 참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및 관련 사건 은폐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황 대표 책임론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한국당 안팎에서는 “대부분이 흠집 내기 수준이지, 결정적 한 방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계속되는 여권의 공세에 황 대표가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할 경우 최근 인사청문 정국에서 수세에 몰린 여권의 반격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황 대표는 자신에 대한 잇따른 공세와 관련해 “저는 걸릴 게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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