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교장을 고소한 방글라데시 여학생이 참혹하게 화형당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60㎞ 떨어진 소도시 페니에서 이슬람 학교에 다니는 열아홉 살 누스랏 자한 라피는 지난달 27일 교장실에 불려가 교장으로부터 수차례 추행을 당했다.

다행히 중간에 도망쳐 나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누스랏은 사건을 비밀로 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공개했다. 가족들은 누스랏을 지지했고 교장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조사관들은 피해자인 누스랏을 공개된 장소에서 진술하게 하고 휴대전화로 얼굴을 촬영해 언론에 흘리기까지 했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해도 함구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누스랏이 이를 거부하고 고소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경찰은 교장을 성추행 혐의로 체포했지만 교장의 지지자들은 거리에 모여 누스랏를 비난하고 교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누스랏은 고소를 철회하지 않았다. 시험이 있던 지난 6일 누스랏은 오빠와 학교에 갔다. 이때 한 친구가 학교 옥상에서 친구가 폭행당하고 있다며 누스랏을 옥상으로 이끌었다. 그곳엔 구타당한 친구 대신 부르카를 쓴 4~5명의 남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교장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라고 협박했지만 누스랏이 이를 거절했다.

이에 남성들은 누스랏의 몸에 등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이들은 자살처럼 위장하려 했지만 누스랏이 도망치면서 계획은 실패했다. 누스랏은 전신 80%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지 4일 만에 숨졌다. 사망 전 누스랏은 오빠 핫산의 휴대전화에 자신이 당한 일을 증언했다.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15명을 체포했으며 그중 7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교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조직했던 남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누스랏의 억울한 죽음은 방글라데시 여성들을 변화시켰다. 그동안 숨겨왔던 성폭행 피해 사례들을 SNS를 통해 털어놓으며 분노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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