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지지자들이 지난달 26일 아흐메다바드에서 아밋 샤 BJP 대표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샤 대표의 사진 아래에는 정당 이름과 기호 대신에 연꽃 모양의 BJP 문양이 그려져 있다. AP뉴시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선거로 불리는 인도 총선은 ‘문맹과의 싸움’이다. 전체인구의 4분의 1이 가량이 글을 읽지 못해 총선에 참가한 수많은 군소정당을 상징 문양으로 표기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지지 정당 상징 문양을 헷갈리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시카르푸르 지역에 사는 파완 쿠마르(25)는 지난 18일 총선 2차 투표에서 전자투표기의 버튼을 잘못 눌렀다. 지역 정당 바후잔사마지당(BSP) 후보에 투표하려 했지만,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인도국민당(BJP) 후보를 찍었다.

쿠마르는 투표가 끝난 후에야 상대 정당에 표를 줬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했다. 그는 결국 전자투표기 버튼을 눌렀던 왼손 집게손가락을 잘라버렸다. 쿠마르는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에서 “나는 코끼리(BSP 상징 문양)를 찍고 싶었는데 문양이 너무 많아 헷갈렸다”며 “실수로 연꽃(BJP 상징 문양)에 투표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4년 4월 인도 아흐메다바드 투표소에서 투표 후 연설하고 있다. 모디 총리 왼손에 소속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연꽃 모양 상징물이 들려있다. 신화뉴시스


인도 전자투표기 화면에는 후보 이름 옆에 연꽃, 손바닥 등 정당을 상징하는 문양이 뜬다. 그런데 군소정당까지 합하면 정당 수가 너무 많아서 온갖 문양들이 동원된다. 싱크대, 꽃, 빗자루, 베개, 크리켓 방망이 등 유권자들에게 친숙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문양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쿠마르처럼 지지 정당 문양을 헷갈리는 경우가 나온다.

문양을 이용한 선거방식은 유서가 깊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1951년 열린 첫 선거에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했을 때 읽고 쓸 수 있는 인구 비율이 1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신설된 신당은 선관위에 최대 3개의 문양을 제안할 수 있고 선관위가 그중 하나를 선정할 수 있다. 아무런 문양이나 다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을 묘사하거나 종교적인 상징은 반려된다.

인도 총선은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지역별로 돌아가며 7차례 치러진 뒤 같은 달 23일 개표된다. 전체 유권자만 9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선거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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