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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거부권, 변호사 3인에게 물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뒤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시술 거부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과 트라우마 등을 이유로 거부권이 명문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말하는 낙태 시술 거부권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 세 명의 변호사들과 최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낙태 시술 거부권의 필요성에 대해

법무법인 서호의 오지은 변호사는 “당연히 필요하고 개인적 가치관은 낙태 시술 거부권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신중절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의 심리적 부담감과 죄책감, 트라우마가 어마어마하다”면서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개인적 경험도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서호의 김양홍 대표변호사도 “필요하다. 의료법 15조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정당한 사유의 예시도 법령의 형태는 아니다”면서 “만약 법령으로 정당한 사유를 명시해놓지 않고 의사들의 낙태 시술 거부권을 법원의 해석에만 맡긴다면 또 다른 방임”이라고 밝혔다. 또 “법령에 정해놓지 않으면 의사들의 양심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여성단체는 낙태를 거부하는 병원을 고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법률사무소 히포크라의 박호균 변호사는 “필요하다. 일부 의사들이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이유는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려는 의사들에게 낙태 시술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환호했다, 뉴시스


낙태 시술 거부권을 보장하는 방식은

박 변호사는 “사회 분위기가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양심적 병역 거부도 대법원에서 무죄 판례가 정립되지 않았나”라며 “형법을 개정하면서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권 조항을 만들거나 의료법 15조에 명시된 진료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개인의 가치관을 넣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만약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의료법상의 정당한 사유에 개인적 가치관이 포함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와 유사한 절차로 입증이 될 것”이라며 “낙태 시술을 단 한 번도 집도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제시하거나 도저히 낙태 시술을 할 수 없었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법령에 모든 것을 명시할 수는 없다. 의료인의 양심에 반하는 진료행위 요구를 낙태 시술 거부 사유로 명시하면 검사는 재판에 부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판사는 무죄를 선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가 양심상 낙태를 할 수 없다거나 신앙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의 충돌 가능성

오 변호사는 “산모의 낙태권과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권을 둘 다 인정해야 한다. 만약 산모가 낙태를 원한다면 개인적 가치관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의사에게 시술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중요한 공익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보호,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권을 총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두 가치를 모두 인정해도 산모가 낙태 시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현실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두 가치가 상충하는 만큼 보완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낙태를 하려는 여성의 권리만 중요한가. 태아의 생명권이나 양심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거부할 의사의 권리는 중요하지 않은가.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입법의 불균형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주장했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단체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헌재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뉴시스


남성의 법적 책임은

오 변호사는 “태아의 친부 여부를 입증하는 절차가 까다로울 것이다. 이를 테면 낙태를 시술하기 전이나 낙태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태아의 유전자를 채취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 태아의 친부를 지목해 유전자검사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남성이 책임을 거부할 것이다”라며 “남성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도 친부라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친부를 증명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어서 양육비 청구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미혼모나 미혼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인권과 무관하게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과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법으로 모든 걸 규율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대신 국가기관이 나서야 한다”며 “아이를 낳아도 키울 수 없는 환경이다. 지자체는 출산장려금 같은 재정 지원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람직한 방향인가.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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