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시내 8개 자치구들이 표준주택 바꿔치기 등 편법을 동원해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를 깎아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시가 산정 기준을 놓고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별단독주택 공시가 파문을 계기로 이른바 ‘깜깜이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지역민-지자체 간 유착 등 병폐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압박을 넣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 시스템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운용의 묘’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 파문이 과세 체계 전반의 신뢰성을 흔들고 있다며 산정 기준 공개 등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며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논평을 통해 “공시가는 토지공개념의 뿌리이자 60여 가지 행정 목적으로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며 “이를 일선 공무원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는 핀셋 증세로 논란을 자초했다”며 “토지와 주택에 대한 공시가 산정근거 요구에 대해 (기준을) 비공개 처분함으로써 스스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비판은 국토부가 앞서 지난 17일 공개한 8개 자치구, 단독주택 9만여호 전수결과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 서울 지역 8개 자치구가 올해 개별단독주택 공시가 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주택’을 고르며 코앞의 비교 대상을 외면한 채 굳이 멀리 떨어진 표준주택을 선정하는 등 부적절한 선택을 한 사실이 확인되자 비판의 칼날을 세운 것이다. 특히 이러한 사례가 조사대상 9만여호의 0.05%에 불과한 고가주택(공시가 9억원 이상)에 몰려 있자 지자체 공무원과 부자 구민 간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공시가 산정체계 전반에 불신을 표시하며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이러한 공시가 기준 공개 요구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서생들의 치기’ 정도로 보는 분위기다. 용산구를 비롯한 서울 지역 일부 자치구에서 부적절한 공시가 산정 사례들이 꼬리를 물며 기준 공개 목소리가 커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기준 공개 관행이 보편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주택 공시가) 산정의 기초 과정을 일일이 공개하는 나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그런 부분은 사실 가치평가의 어떤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시가 산정 기준은 평가자(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이 불가피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기준을 공개했다가 자칫 불필요한 정쟁을 부르는 등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공시가 산정의)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은 이미 공개하고 있다. 의견 청취와 이의 신청 과정도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자체의 자치권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기준을 일부 손질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공시가 산정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고민해서 개선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재산권이 (공시가 산정과) 직결돼 있으니까 과평가되면 문제”라고 덧붙였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