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려는 세력과 저지하려는 세력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하루 종일 펼쳐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의안과 문을 따고 들어가려는 국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팩스 접수’와 ‘출장 결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까지 교체를 강행하자 한국당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소속 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당직자를 총동원해 국회 회의장을 봉쇄하며 ‘몸빵 저지’에 나섰다. 여야 4당의 법안 발의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의사과를 점거한 한국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한밤중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①팩스 접수와 출장 결재
아침부터 국회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8시30분부터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오 의원 사·보임 신청서 접수를 막기 위해 의사과로 집결했다.

그러나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전 9시29분 인편 대신 팩스로 오 의원 사임계와 채이배 의원 보임계를 제출하자 유 의원 등은 곧바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해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아 면담을 요청했다. 문 의장은 이들의 면담을 거부하고 오전 11시쯤 의사국장이 들고 온 사·보임 신청서에 서명했다.

오 의원은 “의원들이 정중히 의견을 말하겠다고 하는데도 저지하고 뒷구멍으로 결재하는 행태는 헌정 사상 없었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의원은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이 되려고 한다.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②‘몸빵 저지’와 현역의원 감금
한국당은 ‘봉쇄작전’으로 패스트트랙 저지 총력전을 펼쳤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본관 245호, 특위 회의실로 사용할 수 있는 220호 회의실 앞에는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수십명이 간이의자를 갖고 스크럼을 짜 봉쇄했다.

의원회관 6층에 있는 채이배 의원실에도 오전 8시30분쯤 한국당 의원 10여명이 몰려와 채 의원이 나가지 못하도록 사실상 감금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채 의원을 면담하러 왔다”며 채 의원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 등을 끌어다 사무실 문을 봉쇄했다. 사개특위 위원에 보임된 채 의원이 특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의도였다. 오후 1시쯤 채 의원이 직접 경찰과 소방 당국에 구조요청 신고를 했고, 오후 3시40분쯤 소방 당국이 사무실 창문을 깨기 직전에야 한국당 의원들은 봉쇄를 풀었다. 채 의원 사무실에 들어갔던 김규환 한국당 의원은 “사무실 안에서 채 의원과 충돌은 전혀 없었고 같이 웃으면서 얘기하고 마술도 했다”고 전했다.

③한밤 중 애국가 투쟁과 경호권 발동
여야 대치 분위기는 오후 6시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가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다시 격화됐다. 권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견을 제시하자 김 원내대표는 바로 국회 의사과에 팩스를 보내 사·보임 신청서를 보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찬성하는 사람만 투표하라는 말이냐.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의회 폭거”라며 별도의 대책회의를 가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국회 직원들이 의안과 문을 따고 들어가려 하자 오열하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권 의원 교체 소식에 격분한 한국당 의원들은 보좌진과 함께 본관 7층 의사과 사무실에 진입해 문을 걸어잠갔다. 민주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 사이 몸싸움이 계속되자 문 의장은 국회법 143조에 있는 경호권을 발동했다. 문 의장 취임 이후 경호권 발동은 처음이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은 애국가를 부르며 “독재정권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경위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현수막을 가져와 둘둘 말고 이를 중심으로 ‘인간띠’를 만들며 저항했다. 양측의 몸싸움 과정에서 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갔다.

이날 패스트트랙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의 투쟁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한국당과 함께 합동 투쟁에 나섰다. 2016년 탄핵 정국에서 분당된 이후 양측이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종선 신재희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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