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봉경 이원영(1886~1958) 목사의 생가가 언제든 침수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교계와 지자체 등은 생가를 리모델링해 기념관 등으로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생가의 소유권이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법률을 근거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봉경 이원영 선생의 사진. 목회자였던 이 선생은 1930년대 일제의 신사참배와 창씨개명 등을 거부하며 옥고를 치렀다.

이 목사는 퇴계 이황 선생의 14대손으로 1919년 3·1운동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국민일보 5월 8일자 33면 참조) 목회자가 된 후 1930년대부터 일제가 강요한 신사참배와 창씨개명 등을 거부하면서 4차례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1980년 대통령 표창을 수여하고 1990년에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18세기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목사의 생가 ‘사은구장(仕隱舊庄)’은 경북 안동 도산면에 있다. 안동시는 2010년 이 집을 시 문화유산 49호로 지정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도 지난달 4일 사은구장을 한국기독교사적 36호로 지정하고 이 선생의 뜻을 기리는 비를 세웠다. 이정우 안동서부교회 목사는 “사은구장은 이 목사의 삶이 깃든 곳”이라며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봉경 이원영 선생의 생가인 사은구장의 모습. 안동시는 이 집을 시 문화유산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안동 기독교계 역시 최근 비를 세우며 뜻을 기리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 교계는 2015년부터 ‘이원영기념사업회’를 조직해 사은구장을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세웠다. 교계의 뜻에 공감한 경북도청과 안동시도 각각 예비비를 편성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사은구장 처마에서 비가 새 방수포를 덮기도 했다”며 “지어진 지 오래된 한옥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등 조치가 필요한 상황”라고 전했다.

이 같은 계획은 사은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은구장이 하천법 상 침수 위험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하천구역’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구역 내에서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는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공사는 1971년 안동댐 착공 당시 사은구장 일대를 하천구역으로 지정해 거주자에게 보상을 한 뒤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안동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 관계자는 9일 “도산면 일대는 법률상으로는 하천으로 설정된 구역이 맞다”면서 “실제로 2002년 태풍 루사가 안동 지역을 덮쳤을 때 사은구장이 침수된 적이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어렵다”고 밝혔다.

후손들은 사은구장이 국가유공자를 키워낸 생가인 데다,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ㅁ자 형태의 주택구조여서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 목사의 증손자인 필근(67)씨는 “공사에 소유권을 넘긴 지금도 주기적으로 사은구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기둥이 기우는 등 문제가 있어 근본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동=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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