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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인 판단’으로 서버 묻었다던 삼바 직원 “윗선, 허위 진술 요구”

“백모 상무 등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요구로 거짓말 해…” 백 상무 구속 가능성 높아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05.10.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측의 요구로 검찰에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구속된 삼성바이오 보안 실무책임자 안모씨로부터다. 그는 회사 공용서버를 공장 바닥에 숨겨 놓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는데, 처음에는 “개인 판단으로 서버를 숨긴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었다. 검찰에 구속된 뒤 이 진술이 허위였다고 실토하며 ‘윗선’ 지시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안씨로부터 ‘백모 상무 등 사업지원TF 측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요구받았다’ ‘말을 좀 맞춰달라는 요구를 받고 내 개인 판단으로 서버와 노트북을 숨겨놨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안씨는 삼성바이오 서버 보안을 책임졌던 실무자다. 그는 지난해 중반 인천 송도의 공장 마루 바닥을 뜯어 회사 서버와 노트북 수십개를 그 아래 숨겨 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중 일부를 꺼내 훼손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서버에 분식회계 관련 자료가 담겨있다고 보고 지난 5일 안씨를 긴급체포한 뒤 법원에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안씨는 처음에는 윗선의 지시 여부를 부인했다. 다만 증거인멸이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져 대리급 직원인 안씨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많았다. 검찰은 안씨를 구속한 뒤 관련자 진술과 물증 등을 토대로 안씨를 집중 추궁했고 사업지원TF 측의 허위 진술 요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신병을 구속하지 않았으면 허위 진술 관련 자백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진술 요구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사업지원 TF 소속 백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의 구속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사건 관련자를 회유하는 것은 명백한 증거 인멸이다. 이들은 지난해 중반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 서버, 노트북 등을 숨겨 놓으라는 등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회사에 직접 찾아가 임직원 수십명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확인해 분식회계와 관련된 파일을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의미하는 ‘JY’ 또는 ‘합병’ ‘미전실’ ‘VIP’ 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파일이 삭제 대상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8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상무 측은 영장 심사에서 ‘삼성바이오, 삼성에피스의 요청에 따라 직원들의 파일을 삭제해준 것이다’ ‘개인적 친분에 따라 조언을 해줬을 뿐 조직적 증거 인멸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백 상무 등의 허위 진술 요구 정황을 제시한 뒤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이미 검찰에 “‘삼성바이오의 요청’ ‘개인적 친분’ ‘개인 판단’으로 말을 맞춰달라는 백 상무 등의 요구를 받았다”고 언급한 상태다.

검찰은 백 상무 등을 구속해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진행되면 ‘본류’인 분식회계 수사에 대한 실마리도 함께 풀릴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인멸을 지시한 인물과 분식회계를 지시한 인물은 겹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상무가 소속된 사업지원TF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이다. 검찰은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긴밀하게 연관됐을 거라는 의혹 또한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분식회계 의혹 규명도 정체될 여지가 높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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