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자신이 거주하던 경남 진주의 아파트에서 방화·살해 사건을 벌여 구속된 안인득(42)의 과거 모습이 9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는 안인득의 20대 시절 친구였다는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안인득이 외려 정의감 있는 편이었다며 “저를 괴롭히던 친구가 있었는데 안인득에게 얘기하니까 같이 가서 혼도 내줬다. 어찌 보면 그 당시엔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몸이 편찮았던 아버지에게는 효자였다고 한다. A씨는 “(안인득이) 항상 밥때가 되면 아버지에게 가서 식사를 차려드렸다”고 회상했다.


안인득의 과거 사진도 공개됐다. 사진 속 안인득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기고 안경을 쓴 평범한 모습이었다. 다른 사진에서는 선글라스와 금색 목걸이로 멋을 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인득의 친형 B씨는 동생이 달라진 게 근무지에서 부상을 입은 뒤였다고 했다. B씨는 “(동생이) 물류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는데 산재 처리가 제대로 안 이뤄졌다”며 “마음에 충격을 엄청나게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인득은 실직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차에서 노숙을 했다고 한다.

B씨는 “(동생이) 차라리 죄책감을 느끼고 그 안에서 하늘나라에 가면 좋겠다는 심정”이라며 “관공서를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결론적으로 답을 안 줬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동생의 치료를 위해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적절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인득은 지난달 17일 오전 4시53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4층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려고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주민 21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안인득은 범행 전에도 이상 행동을 자주 보여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들어 증세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3월에는 도로에서 둔기를 들고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가족들은 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신병원에 입원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안인득의 위임장을 요구했다. B씨가 동생이 가족에게도 행패를 부리고 있어 동의를 받기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안인득은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68회의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조현병 환자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현병은 꾸준한 약물치료가 동반될 경우 증상이 상당 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안인득은 사건 발생 전까지 2년9개월간 약물치료를 중단했다. B씨는 “(동생이) 약 때문에 취직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동생의 치료 중단 사실을 병원에서 보호자인 저희에게 연락해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안인득은 2010년에도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법무부 국립병원(공주치료감호소)에서 한 달간의 정밀진단 끝에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3년까지 법무부의 보호감찰 대상이었는데, 법무부는 보호감찰이 끝날 당시 이 사실을 안인득 거주지의 관할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알리지 않았다. 안인득이 마지막으로 진료를 받았던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방치된 셈이다.

안인득은 결국 치료 중단 약 3년 만에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아파트 2층 비상구 쪽에 대기하고 있다가 밖으로 대피하려는 주민들을 양손에 든 흉기로 살해했다. 12세 어린 소녀도 그의 흉기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당시 집 안에서 상황을 목격한 2층 주민은 안인득이 한 여성을 살해하며 “빨리 못 내려갔어?” “내려와 내려와”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인득은 10일 공주치료감호소에 유치됐다. 검찰은 안인득의 정확한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한 뒤 최종 기소할 계획이다. 앞서 안인득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누군가 집에 벌레와 쓰레기를 투척했고, 관리사무소에 불만을 제기해도 조치해 주지 않는 등 평소 불이익을 많이 당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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