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서울 한복판 거리에서 술 취한 남성 두 명이 남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여성 경찰이 남성 경찰과 달리 나이든 주취자에게 밀리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① 주취자가 느닷없이 남성 경찰의 뺨을 때리고 있다. ② 남성 경찰은 즉각 자신을 때린 주취자를 제압했다. 인터넷 영상 캡처. 일부 모자이크

논란의 영상은 15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르기 시작했다.

영상은 두 명의 남성(A·B)이 출동한 남녀 경찰과 맞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A는 느닷없이 왼쪽 손으로 남성 경찰의 오른쪽 뺨을 때린다. 남성 경찰은 즉각 A의 오른팔을 잡아 꺾은 뒤 길바닥에 눕혀 제압한다. 여기까지는 경찰과 주취자간 흔한 실랑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곁에 있던 B가 A가 체포되는 걸 방해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성 경찰이 남성 경찰을 도우려고 주춤거리며 다가서지만 B는 한 손으로 여성 경찰을 밀어붙인다. B는 이어 A를 제압하려는 남성 경찰의 목덜미를 잡아끌었고 여성 경찰은 그 사이 무전기로 도움을 요청한다.

짧은 영상이지만 네티즌들은 수백 개의 댓글을 쏟아내며 큰 관심을 보였다.
③ 다른 주취자가 남성 경찰을 방해하기 위해 여성 경찰을 밀어내는 장면. ④ 주취자가 남성 경찰의 목덜미를 잡아 끄는 순간 여성 경찰은 어디론가 무전을 하고 있다. 인터넷 영상 캡처. 일부 모자이크.

남성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와 경찰을 준비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경찰이 현장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성토하는 글이 많았다.

“여경은 도대체 왜 있는 건가”
“무전기로 동료 부르는 게 일인가. 본인이 제압해야지”
“이래서 여경 뽑지 말자는 겁니다.”
“술 취한 노인 한 명도 제압 못하고 힘에서 밀리니까 무전기 찾네. 참 무능하다.”
“힘없는 노인이라 그렇지. 젊은이들이 난동 피우면 아예 현장에서 도망치겠네.”

반면 여성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선 적절한 응대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동료 경찰 뺨 맞자마자 무전기 찾는데,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이 몇 초 영상 놓고 여경이 무능력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그건 여혐”
“여경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남경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무조건 여경 여혐으로 가는구나.”
“대체 여경이 왜 욕을 먹어야 하죠?”
“여기서 대체 여경이 뭘 더 해야 하죠?”

남성 경찰들은 여경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여경은 체력이 약해 경찰 업무 수행에 제약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유민봉(자유한국당) 의원이 올초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경찰대학·간부후보 남녀 통합선발을 위한 체력기준 마련’ 보고서를 보면 경찰 내부의 분위기가 잘 담겨 있다. 보고서는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가 6137명의 경찰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이다.

보고서의 ‘우리에게 여성 경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항을 보면 남성 경찰의 38.7%(전혀 그렇지 않다 14.3%, 그렇지 않다 24.4%)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반대로 여성 경찰이 필요하다는 남성은 28.3%(그렇다 16.0%, 매우 그렇다 12.3%)에 그쳤다. 남성 경찰 10명 중 4명 정도가 여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찰대학·간부후보 남녀 통합선발을 위한 체력기준 마련’ 연구보고서 캡처

또 ‘경찰 업무상 여경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항목에서는 남성 경찰의 72.6%(전혀 그렇지 않다 45.8%, 그렇지 않다 26.8%), 여성 경찰은 52.9%(전혀 그렇지 않다 26.3%, 그렇지 않다 26.6%)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보고서에는 또 여경의 업무 수행 능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찰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여경 파트너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남성 파트너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여경 불신의 이유는 근력 부족이 큰 이유죠. 여경이 남경과 비슷한 체력요건을 갖춘다면 불신 해소 가능하겠죠.”
“여경의 경우 능력의 편차가 큰 편이에요. 실제 업무에서 여경과 남경의 차이가 있어요.”

“성별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동등한 능력의 보유 여부가 중요해요.”
“여성 경찰이 성인 남성 평균치 이상의 체력 수준을 갖추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체력의 저하는 안전문제와 밀접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렇지만 대다수 분들이 여경 분들 체력에 수준에 대해서 조금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런 인식들이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업무에서도 여경은 지원업무 이상을 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여자라고 하면서 지켜주시려는 것도 있긴 있는데, 힘을 남자처럼 쓸 수는 없어 가지고, 한가한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00지역은 진짜 거친 일이 많고 피터지고 맥주병으로 때리고 이런 사건이 많고 경찰관 때리고 주먹으로 막 그런 일이 많은데, 순마 2대에 여자 2명이 타버리면 2대가 총 나간 출동이 여자 2 남자 2이면 그 여자 2은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잖아요”

“현장에서 여경들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도 있고 여경이 뭐 일단 물리적인 힘 자체는 남자보다는 조금 약한 게 사실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경이 필요한 경우가 꽤 많아서 단지 그 힘 적인거 하나 갖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운거 같아요.”
“왜냐면 저도 이제 누군가의 신고를 나가서 봤을 때 저보다 덩치가 크고 누가 봐도 세보이면 솔직히 어! 긴장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옆에 그나마 남자동료가 있으면 그래도 조금 든든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아무래도 여자경찰관이 있으면 그런 부분에서 처음에 막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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