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뤘다. 한국 정부와 완성차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완성차는 전체 수출 대수의 3분에 1에 이른다.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면 그만큼 영향이 크다. 다만 결정이 유보됐을 뿐이어서 아직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함정이다.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최종 결정을 연기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수입 제한과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이다. 대상은 수입산 자동차다.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17일 조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상태였다. 관련법 상 9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 만큼 18일(현지시간)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고율 관세를 매기는 대신 최대 180일까지 결정을 유보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칼자루를 쥔 상태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중심에 서 있는 국가와 충분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경우 미칠 파장은 적지 않아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수출 대수는 81만1124대다. 전체 수출 대수(244만9651대)의 33.1%에 달한다. 수출 금액으로 환산해봐도 엇비슷하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액(408억8651만 달러) 중 33.2%인 135억665만 달러를 미국 수출이 차지했다. 기업별로 보면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르노삼성이나 한국GM에게는 결정타가 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르노삼성과 한국GM 전체 수출 차량의 79.6%, 52.6%는 미국으로 향했다.

여기에 아직 집계되지 않은 자동차 부품 수출까지 더하면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부품 수출액은 23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가별 수출액은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비중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결정이 유보된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취소’가 아닌 ‘유예’라는 점이 변수다. 결정이 뒤로 밀린 것뿐이다. 6개월 이후 한국이 포함될 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업계 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범정부 대외경제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최종 조치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금융 시장과 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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