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이 당선됐다. 바른미래당의 당 주도권을 바른정당계가 가져가면서 이들의 ‘자유한국당 복귀론’도 당분간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다른 당과의 합당이나 연대 없는 제3의 정치 노선을 지속하겠다고 결의했다. 유승민 전 대표도 “한국당의 변화 없이 당을 합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유 전 대표의 뜻과 상관 없이 ‘유승민=한국당’ 공식은 계속해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 자강이 미진하면 통합론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스권에 갇힌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통합론의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 전 대표가 현재로선 ‘합당 불가’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추후 ‘한국당의 변화’로 말의 무게 중심이 옮겨갈 수도 있다.

◆유승민이 말하는 한국당의 변화는 ‘친박 청산’

유 전 대표가 탈당 후 직접적으로 한국당의 변화상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유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한 만큼 한국당 내 친박근혜계 청산이 ‘변화’의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국면 당시 탈당보다 당내 개혁이 우선이라며 잔류를 고집했던 유 전 대표는 원내지도부에 “비대위원장을 맡아 친박 의원들을 정리할 테니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계와 등을 지고 당을 떠난 유 전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당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보수’ 한국당에서도 가능할까
탈당 후 벌어진 이념적 간극도 좁혀야 한다. 유 전 대표는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잇따라 4선을 한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이지만 현재의 한국당을 ‘낡은 보수’라 규정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의 입장차이가 크다. 유 전 대표는 ‘따뜻한 보수’라는 기치 아래 사회적 약자 보호와 공정 거래 질서 확립 등의 문제에서 한국당보다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유 전 대표와 한국당의 성향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안이다. 사회적 경제란 양극화, 승자독식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폐단이 심각해짐에 따라 등장한 개념으로 양극화 극복, 빈곤 해소 등을 경제활동의 중요한 목적으로 본다. 유 전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경제활동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뜻에 따라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 반면 한국당은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이를 ‘사회주의 경제’라고 까지 지칭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입당 타진했던 한국당…황교안 체제 후 급속히 바뀐 분위기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 대표가 되면서 유 전 대표의 ‘홈커밍’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냈던 황 전 총리의 입당으로 옅어졌던 한국당의 ‘친박 색채’가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포진해있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유 전 대표를 포섭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도 “가까운 의원들로부터 입당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유 전 대표와 함께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당파 출신 한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유 전 대표가 들어올 공간이 없어졌다”며 “사실상 통합은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세력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복당파 의원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도 변수다. 상당수 복당파 의원들이 재판 청탁, 취업 청탁 의혹 등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어 통합론에 불을 지필 구심점이 무너진 상황이다. 복당파 좌장이자 한 때 유 전 대표와 함께 개혁보수신당 창당 작업에 참여했던 김무성 의원은 복당파 의원 전원에게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친전을 돌려 강성 보수 지지층과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총선은 자강, 하지만 대선은?
일부 야당 인사들은 보수정당 발 정계개편의 시점을 총선이 아닌 2022년 대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당의 ‘개혁 보수 인자’가 총선 이전보다는 이후에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총선은 ‘각자도생’이 핵심이다 보니 당내 개혁 이슈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지만 대선은 각 당 대표주자들의 싸움인 만큼 얼마나 혁신적으로 당을 변모시키는지가 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개혁을 요구하는 소장파들의 목소리도 공천이 걸린 총선보다 대선 기간 때 나오기 쉽다는 설명이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한국당 내부의 개혁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한국당 관계자도 “수도권 선거에 있어 바른미래당의 존재가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라면서 “수도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유 전 대표에 대한 당의 입장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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