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노선 갈등이 ‘혁신위원회를 통한 수습이냐, 임시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수습이냐’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손 대표 측은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나 바른정당계는 ‘임기 연장 꼼수’라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6일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혁신위 카드를 꺼냈다. 현 체제 안에서 당 전반을 쇄신하겠다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안철수 전 의원과 공동대표를 했던 김한길 전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등 실제 물밑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오신환 원내대표와 경선을 치른 김성식 의원은 출마 공약으로 혁신위를 설치해 그 안에서 손 대표 임기를 포함, 당 진로 전반을 논의하자고 했다. 명예로운 퇴진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바른정당계는 ‘임기 연장 꼼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손 대표가 앞서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9월 13일 추석 전까지 10% 지지율을 공언했던 만큼 일단은 혁신위 설치로 위기를 수습하고 9월, 나아가 총선까지 임기를 이어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안철수계와 함께 현 지도부 전체가 즉각 퇴진하고 임시 비대위라는 짧은 과도기를 거친 뒤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당을 추슬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석 전 안 전 의원이 귀국해 국민들에게 유승민·안철수 중심으로 당을 쇄신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힘을 바탕으로 총선까지 치러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1년여간 와신상담했던 유 의원이 당내 정치의 중심에 서고 있다. 공동 창업주인 안 전 의원이 독일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 반대 진영은 결국 유 의원이 상황을 정리하는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두는 데 유 의원의 힘이 발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이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이 됐고,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들을 막후에서 설득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그간 유 의원이 당과 벽을 쌓고 지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유 의원이 움직일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려면 애초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현재 당 노선이 ‘진보’ 내지 ‘호남’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호남 지역당으로 축소돼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동조하는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인사들은 호남·영남 지역 기반 양당구도가 다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명한 정체성 정치를 추구하는 유 의원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당이 살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개혁보수·중도 정체성을 강화해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을 지지층으로 확보하고 지역주의 색이 약한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앞서 ‘한국에서 보수·진보는 이념 문제가 아니다. 영남이 보수고 호남이 진보다’는 손 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 말은 호남에 있는 보수 성향 시민과 영남에 있는 진보 성향 시민을 모독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20일 당대표 인사권을 행사해 공석인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자리에 자기 진영 인사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결사항전 태세에 들어간다. 사무총장으로 임재훈 의원, 정책위의장으로 채이배 의원이 유력 거론된다.

인선을 마치면 최고위 내 당권파는 손 대표와 그가 직접 임명한 주승용·문병호 최고위원,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책위의장 등 총 4명이 된다. 반대파는 오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 3인(하태경·이준석·권은희), 안철수계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등 5명이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구조다. 반대 진영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및 당직 임명 무효, 손 대표 재신임 투표’를 압박할 것으로 보여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양측의 감정 골이 깊어질 수록 유 의원 역할론도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김용현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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