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경찰이 남성 주취자를 체포하던 당시 영상은 ‘여성 경찰 무용론’으로 비화됐다. 여성 경찰이 남성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런 현상에는 여성 경찰의 전문성을 폄하하는 사회 내 여성 혐오 기제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전말, 사실은 이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 15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14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2인 1조의 남녀 경찰관이 지난 13일 밤 서울시 구로구 한 술집 앞에서 술에 취한 남성 2명과 대치하는 장면이다. 취객들은 남성 경찰의 빰을 때리거나 도주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취객이 여성 경찰을 밀쳤지만 그는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할 뿐이었다.

여성 경찰이 주취자 대응에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여경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구로경찰서는 17일 사건 전체가 담긴 2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 측은 “여성 경찰관은 즉시 취객을 제압해 체포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원본 영상 공개 후 논란은 더 가열됐다. 여성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하면서 “남자분 한명 나와주세요”라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는 ‘여성 경찰 무용론’의 대표적 근거인 체력적 한계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온라인상에서 “여성 경찰은 필요없다”식의 논리가 급속도로 번졌다.

경찰은 여성 경찰이 무전을 사용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것은 정상적 업무 수행이었다는 입장이다. 현장 매뉴얼에 따르면 공무집행과정에서 경찰관이 폭행당한 경우 형사나 지역 동료 경찰관에게 지원을 요청하도록 한다.

경찰은 또 영상 속 여성 경찰이 주취자를 한 손으로 제압해야하는 상황에서 ‘손목을 잡아달라’는 취지로 도움을 청한 것으로 판단했다. 남성 시민이 수갑을 채웠다는 소문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여성 경찰과 교통경찰 2명이 합동으로 수갑을 채웠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8일 “여경을 없애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반 남성 시민의 도움을 찾는 여경은 필요 없다”며 “여성 경찰 같은 쓸모없는 직책은 없애주거나 비중을 대폭 줄여달라”고 주장했다.

“남성 경찰도 이런 상황에서는 지원요청 했을 것”

남성 경찰 A씨는 “공권력 남용 등의 이유로 경찰이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제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원요청한 것을 질책할 수 없다. 오히려 현명한 대응”이라며 “주취자가 갑자기 난동을 부리면 힘에 부치는 것은 남성 경찰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남성 경찰도 다른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 경찰이 같은 상황에 놓였어도 이같은 매뉴얼대로 처리했겠지만 여성 경찰이라는 이유로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이 현장에서 피의자를 검거할 때 테이저건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극도로 제한적”이라며 “경찰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거할 수 있고, 공권력이 조금만 강화됐다면 이런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녀 경찰 모두 신체·체력적 특성과 한계를 알고 있다. 대다수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협업한다”며 “왜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 경찰관은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에 19일 “대림동 동영상의 원인과 문제점은 경찰공권력을 무시하는 국민정서와 현장경찰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 경찰, 정말 필요없나

여성 경찰에 대한 논란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공공 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여성 경찰 비율을 10.8%에서 15%로 늘리기로 했고, 민갑룡 경찰청장은 신규 채용되는 경찰관 26%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여성 경찰의 업무 수행능력에 대한 논란이 잇따라 터졌다.

경찰 내에서는 사회 내 여성 혐오를 반영한 시각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 나온다. A씨는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세력이 여성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곳곳에서 여성 경찰이 제 몫을 다하고 있고 어쩌면 그보다 더한 성과를 내지만 칭찬하는 여론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경찰 B씨는 “여성 경찰 무용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특히나 여성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여성 경찰에 대한 비난을 보면 주로 신체적 능력을 지적한다. 꼭 물리력을 사용해 취객 등을 제압하는 것만이 경찰 업무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도 “모든 여성 경찰의 신체적 능력이 남성 경찰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해도 여성 경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된다. 여성 경찰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