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자연씨가 2009년 3월 성 접대 강요를 받았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0년 만에 재조사가 마무리 됐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배우 장자연씨 성 접대 리스트 사건’ 조사 결과를 20일 오후 발표했다. 당시 검·경 수사가 부실했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장씨와 만난 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성 접대 강요 등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 권고는 없었다.

지난해 4월 사전조사 대상으로 이 사건이 선정된 후 과거사위는 관련자 80여 명에 대한 조사를 1년 넘게 진행했다. 과거사위는 술 접대는 이뤄진 것으로 봤지만 강요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 개시를 위한 객관적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술접대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부하직원에 대한 폭력성, 장씨의 공포심, 일방적으로 술자리에서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점에 비췄을 때 2008년 9월부터 김씨의 술접대가 있었다고 봤다. 아울러 김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 수사를 권고했다. 조선일보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김씨는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이 없다고 거짓 증언했다.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 권고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진상조사단은 ‘2008년 9월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는 장씨 문건 속 인물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술접대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다. 아울러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2008년 10월 장씨로부터 술접대를 받긴 했으나 이를 강요했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장씨의 다이어리나 수첩 같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약물로 장씨를 성폭행했다는 특수강간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윤지오씨 진술밖에 없었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가 당시 경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봤다.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을 만나 협박한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검·경 수사과정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해 통화기록 원본 등 핵심 증거를 압수하지 못했고, 심지어 장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3대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수사기록에 첨부되지 않았다. 검찰의 경우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연관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장자연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그 내용 모두가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현재로서는 리스트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직접 본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린다. 누구에 의해 작성됐는지 어떤 사람들이 적혔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 증거의 사후적 발견에 대비한 기록의 보존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압수수색 등 증거확보 및 보존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수사기관 종사자의 증거은폐 행위에 대한 법왜곡죄 입법 추진 ▲검찰공무원 간의 사건청탁 방지 제도 마련 등을 검찰에 권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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