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즙 논란으로 시작해 각종 구설에 휩싸인 인터넷 쇼핑몰 ‘임블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임지현 상무 사임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밝히면서 사과했다. 그러나 임 상무는 ‘인플루언서(SNS 유명인)’의 역할은 유지하겠다고 밝혀 ‘형식적 사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당사자인 임 상무의 모습은 기자회견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기자회견 직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임블리 기자회견’ ‘임지현’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임블리’를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는 20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에서 판매한 화장품 및 호박즙 제품의 안전성 검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는 이날 “외부 컨설팅 기관의 경영 진단 결과를 토대로 기업 체질 개선 방안과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단기간 급성장한 스타트업으로서 고객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기에 역량이 많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객 관리 시스템 개선, 패션 부문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강화, 자체 생산 라인 확대를 통한 품질 향상, 화장품 부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시급히 진행하겠다”고 한 박 대표는 “임지현 상무는 지금까지 인플루언서 활동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 마케팅 활동 등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고객과 소통하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임블리의 인플루언서로서 더욱 진솔하게 고객과 소통하고 신뢰 회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한 박 대표는 구체적인 역할을 묻는 질문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대표는 또 전문경영인 체제와 관련해서도 “CEO급이 올지 아니면 CMO(마케팅최고책임자)가 올지 결정된 바가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임 상무가 보직을 내려놓는 시점은 오는 7월 1일부터이며 6월부터는 고객의 의견을 직접 듣고 설명하는 소비자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박 대표는 부연했다. 이런 해명에 온라인 곳곳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소비자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이 불거진 임 상무가 경영에선 손을 뗀다고는 하지만 인플루언서로서는 활동을 이어간다는 건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날 기자회견엔 당사자인 임 상무 없이 남편인 박 대표만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임 상무의 인스타그램엔 “남편 보고 제품을 산 게 아니다” “사임할 거면 본인이 직접 나와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남편 뒤에 숨어서 뭐하는 거냐”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임블리 사태는 앞서 한 소비자가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나왔다’고 항의하면서 불거졌다. 임블리 측은 제품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환불 대신 남은 분량을 교환해주겠다고 대응해 빈축을 샀다. 이후 명품 디자인 카피 제품을 판매했다는 논란과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대해 임블리 측은 시종일관 “제품엔 하자가 없다”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면서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교환‧환불 조치를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대응에 소비자들은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 취급한다”는 불만이 터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박 대표는 “호박즙 제품에 대한 환불은 처음 판매했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며 “제품 품질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음에도 한시적으로 보상 규정을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안티 계정을 통해 유포, 확산된 인진쑥밸런스 에센스의 제조일자 조작 의혹은 명백한 허위로 밝혀졌다. 논란을 야기했던 제보자 역시 허위 제보임을 실토했다”며 “향후 거짓 의혹과 루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