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DB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26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다주택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했다”며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부과하는 6월을 전후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가격은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무렵을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시점으로 잡고 서울 집값 안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는 대신 증여나 법인 설립의 방법으로 세금 폭탄을 피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폭탄 고지서 나오면 서울 아파트값 하락할까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관계 부처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세금 고지서다. 시점은 6월부터다. 6월 1일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이다. 5월 31일까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그해의 재산세나 종부세를 내는 게 아니라 6월 1일부터 보유한 사람이 내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5월 31일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올해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으면 훨씬 많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재산세와 종부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서울은 14%나 상승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의 다주택자를 300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지난해 말부터 관망세를 유지하며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았던 이들 다주택자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물량을 쏟아내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생각이다.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되는 7월에는 이 같은 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갭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에 매물을 던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린 팔지 않는다. 방법이 있으니까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 세금 때문에 굳이 똘똘한 서울 아파트를 팔 필요성을 주택 소유자들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값은 26주 연속 하락했지만 이를 합산해 보면 하락폭은 1.5%에 불과했다. 억대로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내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러니 파는 게 더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매물이 쏟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일단 300만명 다주택자들 중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사람은 일반 다주택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물건을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의무 임대 기간이 있어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에게는 종부세 혜택을 주는 데다 임대 의무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까지 내야 하니 팔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반 다주택자들도 시장에 물건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로 양도소득세율 때문이다. 주택을 팔면 내는 양도세의 기본세율은 14~42%였는데 8·2대책 이후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세율은 10~20%포인트 높아졌고 여기에 지방세까지 더하면 세금은 말 그대로 폭탄이 된다. 최대 68.2%의 세금을 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다주택자는 서울 아파트를 팔지 않는 대신 절세로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게 최근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로 유명해진 ‘증여’다. 실제 매년 1~3월 증여 건수를 보면 2017년 1565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4365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2977건이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수치상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지만 소유권 이전의 형태에 따라 증여의 비중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에는 증여와 함께 매매, 분양권 전매, 기타 이전 등이 포함돼 있는데 매매거래와 분양권 전매는 정부 정책으로 거래 자체가 줄어들었다. 매매거래는 2017년 1~3월 1만6000건이던 것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만6000건으로 급증했지만 올해는 5326건으로 급감했다.

분양권 전매도 마찬가지였다. ‘6·19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등에서는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게 된 뒤 2017년 9596건, 2018년 3139건이던 것에서 올해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반해 증여는 2017년 1~3월 전체 소유권 이전의 5%, 2018년에도 7%대 정도이던 것이 올해는 16%를 차지했다.

부동산 법인 설립도 절세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부동산 법인은 3151개나 새로 생겼다. 부동산 규제가 강하지 않던 2017년 4분기(2161개)와 비교하면 1000개 가까이 더 늘어났다.

이유는 양도세보다 법인세 부담이 적어서다. 법인은 주택을 매각할 때 법인세를 내고 있다. 다른 소득과 합산해 10~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한다. 이때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주택 매매차익에 대해 10%의 법인세만 추가로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최고 68.2%에 달하는 양도세와 비교했을 때 이익이다.

종부세도 절감할 수 있다. 법인을 세워 분산 소유하면 보유세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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