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과 관련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야당 의원에게 알려준 이는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인 것으로 청와대 감찰 결과 확인됐다. 정상 간 통화는 양국이 합의한 내용 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이 외교상 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청와대와 외교부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7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K씨로부터 듣고, 이틀 후인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것으로 파악했다. 강 의원은 회견 당일 새벽 두 차례, 회견 후 한 차례 K씨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한·미 정상 통화 다음날 대사관에서 그 내용을 열람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관련 사항을 조사 중이며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문제의 발단이 된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일본 방문 직후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며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미국 외교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음 달 단독 방한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무책임하고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후 청와대는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확인하는 보안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정식 요청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방문하는 5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6월 말 방한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미 정부와 일정을 협의해 왔다. 협의 초반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말 방한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이후 여러 상황 변화가 생겨 6월 말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및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한 건 지난 16일이다.

K씨가 외교 기밀을 누설한 것이라면 강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청와대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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