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 제리 로이스터(67) 감독이 있었다. 사실상 KBO리그 첫 외국인 감독이었다. ‘8888577’로 대변되는 롯데 암흑기를 일거에 걷어버린 감독이었다.

2007년말 롯데와 계약했다. 무기는 ‘No Fear’였고, 로이스터 매직은 정확히 작동했다. 부임 첫해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했다. 69승 57패, 승률 0.548이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3패를 당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2009년에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66승 67패, 승률 0.496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한 뒤 내리 3패를 당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2010년 1년 재계약을 했다. 69승 3무 61패, 승률 0.515를 거뒀다.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갔다. 지난해 패배를 안겼던 두산에게 먼저 2승을 따냈지만, 연속 3패를 당하며 리버스 스윕패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롯데를 떠났다. 392경기를 책임졌다. 204승 3무 185패를 남겼다. 승률은 0.524다. 단기전에 약한 면모를 보이긴 했지만, 꼴찌 나락에 있던 롯데를 두려움 없는 정신으로 강팀으로 변모시킨 인물이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SK 와이번스에는 트레이 힐만(56) 감독이 있었다.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그리고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스에서 감독을 지냈던 이다.

2017년 SK를 홈런 공장을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지난해엔 스몰볼까지 추가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는 선호했다. 무기는 소통이었다.

힐만 감독은 2017년 5위를 차지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75승 1무 68패, 승률 0.524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단판에 지면서 그해를 끝마쳤다.

그리고 지난해 78승 1무 65패, 승률 0.545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명승부를 치르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두산 베어스까지 무너뜨렸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리고 KBO리그를 떠났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그다.

두 감독이 KBO리그에 남겨준 유산은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과 선수의 수평적 관계다. 그들의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모습을 자주 봤다. 또 있다. 프런트의 입김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되 철저히 자신의 구상대로 팀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지금 롯데 자이언츠는 꼴찌로 추락했다.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프런트의 입김에서 자유롭고, 권위 대신 선수들과 소통하는 감독이 어떤 모습인지를 떠올리게 하는 시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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