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화면 캡처/뉴시스

‘국정농단 사태’ 핵심 인물 최순실씨가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깊숙히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중국 방문 당시 호평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문’ 작성·수정도 최씨가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국회 법률개정·예산안 등과 관련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23일 공개했다. 파일은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전화통화를 녹취한 형태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11월 17일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그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각 분야의, 그걸 통과시키면 얼마만큼 일자리하고 경제 이득이 있는지 그것도 좀 뽑아 달라 그러세요”라며 업무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다음 날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외촉법의 경제적 이익을 강조했다. 이후 외촉법 개정안은 2014년 1월 1일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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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할 발언까지 조언했다. 그는 2013년 11월 22일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로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각 분야에서 체크하고 이런 걸 소상히 문제점들을 올려주셔서 적극 대비하고 (중략) 여러분이 그동안 한 해를 넘기면서 노고가 많았다’ 그렇게 슬쩍 넘기고요”라며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세세히 챙겼다.

인삿말과 마무리를 중국어로 해 화제가 됐던 칭화대 연설도 최씨의 작품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베이징대와 함께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를 방문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연설 5분 정도를 중국어로 준비해 호평받았는데, 녹취 파일에는 최씨가 이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맨 마지막에 중국어로 하나 해야 할 것 같다”며 “중국과 한국의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라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불러줬다. 정 전 비서관이 “갑자기 마지막에 중국말로 하면 좀”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최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지난 17일에도 박 전 대통령, 최씨, 정 전 비서관의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은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 작성을 위한 회의에서 정 전 비서관이 녹취한 것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씨였다.

박 전 대통령은 회의 내내 거의 침묵했다. 가끔 의견을 내도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이 말하는 도중에 여러 차례 끼어들었다. 반면 최씨는 취임사 초안을 대폭 수정하라고 지시하며 핵심 문구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씨의 수정안은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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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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