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자신을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한 소심하고 어리석은 영화광이었다”며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봉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객석에 앉아 있던 봉 감독은 송강호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무대 위로 올라온 봉 감독은 송강호와 제작사 바른손의 곽신애 대표를 무대 위로 불렀다. 마이크 앞에 선 봉 감독은 “프랑스어로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기생충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 봉 감독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 또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CJ엔터테인먼트와 바른손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영화는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또 “가족이 2층 어디에 있는데 못 찾겠다.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고 한 봉 감독은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다”고 말한 뒤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봉 감독은 시상식 직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는 소감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수상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봉 감독은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에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는 건가? 했다. 이상했다”고 전했다.

“이번은 축구나 월드컵에서 벌어지는 현상 같아서 약간 쑥스럽고 너무 기쁘다”고 한 봉 감독은 “특히 기쁨의 순간을 지나 17년간 같이 작업했던 송강호 선배와 함께해서 기쁘다”고 했다. “정신이 없어 수습과 정리가 안 됐다. 조용히 술 한잔해야 할 것 같다”고 한 봉 감독은 “초현실적으로 머리가 멍한 상태다. 평소에 사실적인 영화를 찍으려 하는데 지금은 판타지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 봉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 돌팔매는 맞지 않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송강호도 “낮 12시41분에 연락을 받았는데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연락해준다는 말을 듣고 40분 동안 피가 말랐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다 한국 영화 팬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한 송강호는 “한국 영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라는 사회문제를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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