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캡처

장기 미제사건인 ‘대구 총포사 살인사건’ 용의자의 새로운 몽타주가 공개됐다. 용의자는 170㎝ 초반 키에 팔자걸음을 하는 50~60대 평범한 남성으로 추정된다. 기존 수배 전단에 담겼던 ‘조폭 같은 인상’이라는 문구는 배제됐다.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복면 속의 사냥꾼-대구 총포사 살인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2001년 대구에서 발생한 장기 미제사건을 추적했다. 대구 총포사 살인사건은 그해 12월 대구의 한 총포사 주인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총포사 주인 최모씨는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졌다. 간에 손상을 입힌 건 물론 기도까지 자르는 잔인한 방법으로 최씨를 살해한 범인은 지갑 안의 현금이나 금고의 돈은 손대지 않았다. 대신 총포사에 있던 벨기에산 브로닝 12구경 5연발 엽총 두 자루만 사라졌다.

이후 12월 11일 대구의 한 은행에 강도가 침입했다. 엽총을 들고 혼자 들어온 범인은 은행원이 머뭇거리자 두 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현금 1억2600만원을 들고 3분 만에 사라진 범인은 은행에서 4㎞ 떨어진 아파트에서 차량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경찰은 14일간 발생한 살인, 강도, 방화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으로 봤다.

그러나 범인은 지문이나 DNA조차 남기지 않았다. 18년간 경찰 수사망에 단 한 번도 포착되지 않은 완전범죄였다. 사건 발생 18년 만에 다시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수사 인력 100여명을 동원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소득이 없었고 결국 지난 4월 9일 대구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제작진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범인에 대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우선 은행 강도 사건 당시 CCTV 영상 속 범인이 전문 수렵인의 눈에도 능숙해 보일 만큼 엽총을 잘 다룬다는 것이다. 특수 훈련을 받은 군인에게도 엽총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영상 속 범인은 여러 차례 사냥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능숙하다는 점에서 수렵인일 가능성이 높다. 한 수렵 전문가는 “흰 장갑을 끼고 장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능숙하다. 수렵이 몸에 밴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안에서도 범인은 마치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노련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특히 범인은 강도 사건을 저지르는 도중 손님들이 탈출하는 것을 내버려 뒀다. 전문가들은 “범인의 우선순위는 성공적인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가는 것으로 보인다. 손님들이 나가서 신고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고 분석했다.

최씨를 살해할 때 치명상만 입혔다는 점에서 프로페셔널한 킬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부검의는 “단추가 떨어진 걸 현장에서 봤다. 칼자국이 오른쪽 등 뒤쪽에 있는데 도망가는 걸 붙잡아 낚아채면서 옷 단추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의학자는 “범인은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고 이미 쓰러진 변사자를 재차 찔렀다. 살인의 목적을 정확히 완성하기 위해 끝까지 행위를 했기 때문에 잔인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닥치는 대로 찌른 게 아니라 아주 중요한 곳만 찔렀다. 몸의 기관을 절단한다는 건 마음 먹고 해야 한다. 킬러로서 프로페셔널하다”고 분석했다. 면식범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씨는 평소 어느 정도 확인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보통 사람은 들어가기 힘든 총포사에 들어가 주인인 최씨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범인의 살해 의도가 분명했다고 분석했다.

차량 화재 사건에서도 범인의 용의주도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인근 주민은 “소리가 나서 보니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가는 것을 본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제작진이 주민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 주변을 탐색한 결과 차량 화재가 있었던 곳 근처엔 뒷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동네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제작진은 추적 끝에 범인이 탄 차량을 수리했다는 카센터 직원을 찾았다. 이 직원은 “전화로 배터리를 교체해달라고 했다. 보닛을 열어두고 기다리더라. 보통 사람은 배터리 갈면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사람은 차 뒤로 가서 시선을 피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또 다른 목격자를 찾았다.

이 목격자는 “은행강도 사건이 벌어진 날 차주를 봤다. 10시쯤 됐는데 카센터 직원이 와서 보닛을 열고 배터리를 교체 중이었다”며 “범인은 랜드로바 신발에 바지는 면바지, 배가 좀 많이 나오고 체격이 좋았다. 순간 범인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목욕탕 같은 데서 금방 나온 깔끔한 사람이었다. 얼굴이 진짜 깔끔하게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상 분석가는 “총 길이에 대비해 사람의 신장 길이를 계측할 수 있는데 용의자의 신장은 170㎝ 초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왼쪽 발이 진행 방향에서 발의 방향이 바깥쪽으로 벌어져 있는데 이는 팔자걸음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18년 전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몽타주를 만들었다. 당시 목격자의 이야기와 달리 수배 전단엔 ‘조폭 같은 인상’이라는 문구가 담겼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재 모습을 다시 예측한 몽타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범인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다른 사람과 상의하지 못하는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로 사냥을 하고 사냥감을 해체할 줄 알지만 사냥을 하지 않는 평소엔 스킨을 챙겨 바르고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일 가능성이 높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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