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면서 중국의 군사 굴기(崛起)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군의 현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해군력 증강에 주력하지만 무역전쟁으로 상황이 꼬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항공모함 건조 등 차세대 함정 건조 사업에서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뚜렷한 기술격차, 부족한 인적 자원 등의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영향을 감내할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상황과 예상보다 느린 기술진보, 인적 자원 문제 등으로 군비 지출 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압력이 직면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군 고위층에선 시 주석의 ‘군 현대화’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차세대 전함 건조사업의 비용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미·중 갈등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새 군함 건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선체 건조 비용뿐아니라 최첨단 무기와 통신·제어 시스템, 탑재할 전투기 가격까지 포함하면 항공모함 1대를 만드는데 약 500억 위안(약 8조 5000억원)이 든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항모전단을 운용하려면 최소 구축함 2척, 호위함 2척, 잠수함 여러 척, 보급함 1척 등 추가로 들어가는 함정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울러 항공모함의 경우 일년의 절반가량은 각종 검사와 수리를 위해 부두에서 보내야 하는데 이 유지비용이 해군 예산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항모전단 4개를 창설하고 3개 전단은 상시 전투 태세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구 소련의 항공모함을 개조한 랴오닝함과 최초 자국산 항공모함 001A형 등 2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배수량 1만2000t 이상으로 자국 최대 규모인 055형 구축함 8척을 건조하겠다는 중국의 계획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식통은 “055형 구축함 1척을 건조하는데 60억 위안(약 1조 원) 이상으로 현재 해군 주력함인 052D의 2배 가량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은 강습상륙함 등 각종 함재기 개선도 추진중이지만 기술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해군 소식통은 “중국은 075형 강습상륙함에 미 해군의 F-35B 스텔스 전투기에 버금가는 기종을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관련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F-35 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무기 프로그램으로, 예상 비용은 4280억 달러가 넘는다.

중국은 또 차기 002A형 항공모함에는 사출식 이륙시스템을 갖출 예정이지만 여기에 맞는 신형 전투기까지 개발하려면 신형 항모전단 구성에는 10~20년 걸릴 전망이다.

중국은 1989~2015년 사이 국방비에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중국 해군이 보유한 함정은 300척 이상으로 미국의 287척을 앞섰다. 중국 해군은 2014~18년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한국, 스페인, 대만 해군을 합친 것보다 많은 67만8000t 규모의 해군 함정을 건조했다.

중국은 지난 7년간 055형 구축함 4척과 052D 구축함 8척, 056형 호위함 60척 등 총 84척의 신형 전함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해군 운용 능력이나 기술면에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군사평론가 저우천밍은 “중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면에서 여전히 미국에 뒤쳐져 있다”며 “중국 해군은 공해상에서 장거리 항해를 위한 종합적인 물류 및 지원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은 거대한 군함을 건조할 수 있지만, 많은 부분을 무기나 다른 장비가 차지하기 때문에 연료로 사용할 공간이 적어 항속거리와 공해상 작전 시간에 제약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은 글로벌 전략하에 해외 해군기지를 많이 설립해 공해상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프리카의 지부티 1곳에만 해외 군사기지를 갖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하던 052B 구축함이 전력 시스템 고장으로 표류하다 프랑스 해군에 의해 구조된 아픈 기억이 있다. 중국은 이 수모를 겪은뒤 지부티에 최초 해외 전초기지를 설치하게 됐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중국 해군이 작전능력 면에서 미국과 경쟁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미국은 세계 최대의 대양 해군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맥쿼리대학의 중국인 연구원 아담 니는 “새로운 군함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뿐만아니라 해양부대, 해양항공, 잠수함 등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며 “예산 수요가 너무 많은 만큼, 중국해군은 전략적·장기적 목표를 재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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