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고유정. 뉴시스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행복의 꿈을 꾸겠다 말해요”

그룹 들국화의 히트곡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강모(36)씨의 음성은 들떠있었다. 강씨는 ‘행복의 꿈을 꾸겠다’는 노랫말 다음 소절에 아들의 이름을 넣어 개사했다. ‘○○이를 꼭 보겠다 말해요’라고. 전처 고유정(36)과 이혼 후 2년간 보지 못했던 아들. 강씨는 아들과 재회한 날, 고유정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강씨의 동생 A씨는 8일 노컷뉴스에 “남겨진 조카가 나중에 커서 아빠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알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제주CBS가 운영하는 유튜브 ‘까보세TV’를 통해 공개했다. 영상은 강씨가 고유정과 아들 B군(6)을 만나러 가는 차량에서 노래를 흥얼대는 동안 촬영됐다.

운전대를 잡은 강씨는 노래 박자에 맞춰 “성은 강, 이름은 ○○, 강 씨 집안의 첫째 아들”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소망을 담아 ”○○이를 꼭 보겠다 말해요”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A씨는 “형이 아들에게 주는 마지막 노래 선물”이라며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2017년 고유정과 협의이혼한 후 매달 40만원의 양육비를 보냈다. 대학원에 다니느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고 한다. 고유정은 그런 강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후 아들은 제주시의 친정집에 맡겨놓고 충북 청주시에서 재혼했다.

강씨는 최근 가사 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었다. 지난달 25일은 강씨가 이를 행사하는 날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제주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고유정과 아들을 만났고, 오후쯤 펜션으로 이동했다. 강씨의 행방은 이때부터 묘연해졌다. 아들은 26일 살고 있던 외조부모 집으로 돌아갔고, 고유정은 27일 커다란 가방 2개를 들고 펜션을 떠나 완도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강씨 가족은 27일 오후 6시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25일에 펜션을 떠났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강씨의 휴대전화 신호와 차량 이동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지난달 31일 고유정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한 끝에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들을 발견했다.

고유정은 강씨의 시신을 여러 장소에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유정이 탄 여객선 CCTV를 통해 시신 유기 장면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이 이동 중에 시신을 최소 3곳의 다른 장소에 유기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유정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서 나온 ‘니코틴 치사량’ ‘흉기’ 등의 검색어를 통해 범행 방법과 동기를 추궁하고 있다. 고유정의 구속 만료일인 12일까지 수사를 진행한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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