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한 이희호 여사(왼쪽)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이희호 여사는 남편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한반도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별세한 뒤에는 직접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이 여사는 당시 취임사를 통해 “남편의 유지를 받들게 돼 감사하다”며 “김대중평화센터의 설립 목적인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김 전 대통령이 2003년 퇴임 이후 직접 세운 비영리단체다.

이 여사는 생전에 모두 네 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며 남북 관계 개선에 힘썼다. 2000년 6월에는 영부인 자격으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땅을 밟았다. 2007년에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

남북 관계가 얼어붙었던 보수 정권 아래에서도 남북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2009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문단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2011년 김 위원장이 사망하자 이 여사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문차 방북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상주이자 후계자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를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이 여사에게 ‘남북 관계가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면서 초청 의사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이듬해 8월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해 영유아 시설을 살펴본 뒤 의약품 등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희호 여사(맨앞줄)가 2011년 12월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다녀온 뒤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국사무소에 입경하고 있다. 왼쪽은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뉴시스

이 여사는 2015년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15주년 기념식에서 방북 당시 소회를 밝히며 한반도 평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여사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껴안으며 다음 세대에는 분단과 대결이라는 고통의 역사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더욱 굳게 가졌다”면서 “남과 북의 지도자들에게 호소한다. 남북이 대화와 교류를 시작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가는 것이 바로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의미를 살려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3남 홍걸씨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화협은 200여개의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모여 1998년 출범한 통일 단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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