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9일(현지시간) 홍콩 도심에서 범죄인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시민 10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AP뉴시스

미국 국무부가 홍콩에서 100만명의 반(反)정부 시위를 촉발했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 미국이 정부 공식 문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기를 든 데 이어 또 한 번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지속적인 침식은 홍콩이 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확립해온 특수 지위(special status)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홍콩의 평화시위는 범죄인인도법 개정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 법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인권, 기본적 자유, 민주적 가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로 꼽히는 마틴 리 전 민주당 주석을 만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대해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위원회는 이법안이 홍콩을 중국과 구별되는 독립체로 간주하고 무역 등 경제 관계를 맺도록 한 홍콩정책법(1992)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선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며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 보고서에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들”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능력 있는 미국의 파트너들”이라고 나와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할 당시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