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틸컷.

“최소한 아파트 전세금은 마련할 수 있는 남자랑 결혼해야겠다.”
영화 ‘기생충’을 봤다는 한 네티즌의 소감은 예상과 달랐다.
이 영화는 글로벌 IT 기업 CEO인 부자 박 사장(이선균)과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극명한 빈부 격차를 설명하는 데 거주 공간을 활용했다. 아마도 이 네티즌은 영화를 통해 주거 환경이 삶의 질까지 좌우한다고 느꼈던 듯싶다.

실제 영화 속 기택의 가족은 창으로 세상을 올려다보며 노상 방뇨하는 사람을 지켜봐야 한다. 꼽등이 등 출몰하는 벌레를 잡기 위해 방역 가스가 집 안으로 들어오도록 일부러 창문도 열어놓는다. 안전도 위협받는다. 쏟아지는 비는 집 안으로 몰아치고 세간살이는 빗물에 잠긴다. 정원이 한눈에 보이고 날씨에 따라 색다른 풍광을 선사하는 박 사장의 집과는 천지차이다.

정부도 주거실태를 조사하면서 지하와 반지하, 옥탑방을 주거취약환경으로 정의했다. 젊은 사람들도 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합성한 ‘지·옥·고’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옥·고’는 정말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이 아닌 걸까.
일단 지·옥·고를 주거취약환경이라 부르는 평가 항목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내놓는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항목별 주택상태 양호도를 매기는 10개 항목이 있다. 주택구조나 방수는 물론 난방, 환기, 채광, 방음, 재난 안전, 화재 안전, 방범, 위생 등이다. 지·옥·고 모두 만족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크기도 대부분 소형이었다. 60%가 전용면적 40㎡(약 12평) 이하였고 40∼50㎡(약 12∼15평)가 20%였다. 50∼60㎡(약 15∼18평)와 60∼85㎡(약 18∼26평)는 각각 10%, 5%다. 이것보다 큰 반지하 주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국토부는 주거취약환경에서 거주하는 가구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전년도 2.3%보다 줄어든 1.9%였다. 주거취약환경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에서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3.9%였고 수도권 이외는 0.1%였다.

그럼에도 반지하 등의 취약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실린 ‘다가구 주택 반지하세대의 주거환경 분석’에서 장건영과 류동우는 ‘장기 온·습도 모니터링 분석을 통한 실측결과를 중심으로’ 주거환경을 들여다 봤다.

조사대상은 반지하 세대 비율이 높은 수도권 지역 중 경기도 안산시의 반지하 세대 10곳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실태와 실내 온·습도를 측정했다.

타입은 세대원 수에 따라 구분했다. 1인가구는 A타입, 3인가구는 B타입, 5인 가구는 C타입, 6인 가구는 D타입으로 정리했다. 3인 이상의 B·C·D타입은 6가구였고 A타입은 4가구였다.
조사 대상인 10가구의 평균 주거 기간은 약 2년 2개월이었고 반지하조건의 거주지에 거주한 총 기간은 평균 6년 3개월이었다.

연구대상 가구에서는 모두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했다. 채광과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지하의 특성상 수증기 발생이 잦은 화장실이나 부엌 쪽에서 곰팡이가 많이 생겼다. 또 고도가 낮다 보니 비가 오면 창틀이나 문틈 새로 물이 스며들어 실내 습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건강한 습도인 40~50%RH(상대습도)보다 높은 88%RH였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온도와 습도에 취약했다. 하절기(2016년 6월 1일~8월 31일) 평균 온도는 27.84도, 습도는 64.91%RH였고 동절기(2016년 12월 1일~2017년 2월 28일) 평균온도와 습도는 각각 20.6도, 40.12%RH였다.

기상청 기준 쾌적한 온도와 습도의 범위는 15.6~20도, 40~70%RH다. 물론 온도에 따라 적정한 습도는 달라진다. 가령 하절기 온도가 27도라면 상대습도는 40%RH가 적당하고 동절기 온도가 15도라면 상대습도는 70%RH 정도가 좋다.

이러다 보니 거주자의 주거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현저히 낮았다. 단열과 채광, 환기 조건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2.1, 1.5, 2.5점으로 평균인 3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채광조건 만족도 점수는 1.5점으로 가장 낮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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